[뉴욕다이어리]현지서 본 윤대통령 방미 논란

뉴욕다이어리_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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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미국 뉴욕 유엔총회 기간 나온 대통령의 비속어를 두고 며칠째 시끌시끌하다. 현지에도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동맹국을 폄하했다는 기사가 일제히 보도되면서 대통령이 언급한 '쪽팔려서 어떡하냐'의 대상은 한국 그 자체가 된 모양새다.

국적과 직업을 밝힌 이후로 마주칠 때면 늘 그날의 주요 뉴스들을 언급하곤 하던 도어맨이 내게 "유엔에 가느냐. 바쁘겠다. 근데 한국 대통령은 왜 그런 말을 한 거냐"고 물었을 때는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가 "우리(미국인들)도 욕한다"고 즉시 덧붙였음에도 말이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에 이어 9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는 여러모로 중요한 외교적 타이밍에 있었다. 취임 초기, 전 세계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다자외교의 장이 펼쳐진다는 것만으로도 윤 대통령은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 메시지를 각인시키고 주요국과 관계를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산 전기차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강달러 속 한미 통화 스와프 협의 등 톱다운식 협의가 필요한, 이른바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현안들도 다수였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조문 취소 건은 국가원수의 참석 성의를 표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고 차치하더라도, 이곳 뉴욕에서 펼쳐진 48초 환담, 이어진 비속어와 폄하 발언 논란은 이래저래 참담하다.

전 국민적 청력 테스트가 된 해당 발언을 수십차례 다시 들었다. '바이든이'인지, '날리면'인지.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는 발언이 대통령실의 해명대로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 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떻게 하나”라고 한다면, 이는 문제가 없는 발언인가? '이 ××'가 미국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향한 것이라면 민주주의 국가 대통령의 발언으로서 적절한가?

이번 논란을 두고 대화를 나눈 미국인들은 나름의 위로(??)처럼 바이든 대통령의 말실수 사례를 꺼내 들곤 했다. 잘 알려진 대로 바이든 대통령은 걸쭉한 입담에 '실언 제조기(gaffe machine)'라는 별명까지 붙어 있는 인물이다. 지난 1월 폭스뉴스의 백악관 출입기자를 두고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른 채 '멍청한 XX'라고 내뱉었고, 미러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CNN 기자에게는 "빌어먹을"이라며 공개적으로 화를 냈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바이든 대통령은 '직후' 곧바로 사과에 나섰음을 강조하고 싶다.

누구나 말실수는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다음이다. 윤 대통령은 직접 해명하고 이번 사태로 '쪽팔리게 된' 국민, 그리고 대통령실의 해명에 따라 '이 ××들'이 된 국회에 사과해야 옳다. 숙고하지 않은 발언, 정제되지 못한 메시지를 버리고 '대통령의 언어'가 갖는 무게감을 뼈저리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언어가 가벼워서야 결코 리더십이 설 수가 없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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