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 온 '킬러 로봇' 시대…윤리적 논란 여전[과학을읽다]

국방로봇 개발 활발, AI 윤리기준 마련 나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여태까지 전쟁의 승패를 전차ㆍ함정ㆍ전투기가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인공지능(AI) 로봇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의 자율주행ㆍAIㆍ로봇 기술이 확산되면서 국방 분야에서도 전쟁의 승패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칠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발간한 '과학기술&ICT 정책·기술동향'에 따르면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선 방산업체들의 전투 로봇 연구가 활발한 가운데, '킬러 로봇'의 도덕적ㆍ윤리적 논란도 여전해 정부가 기준 마련에 나섰다.

◇ 4대 국방 ICT

최근 국방 분야에서 자율주행, AI, 웨어러블 로봇, 로봇 등 4대 분야 ICT가 집중 개발되고 있다. 우선 전투 차량의 자율주행 기술이다. 위험한 상황에서 병사들을 보호하며 작전을 수행하고 전시에 차량을 24시간 운용할 수 있다. 운전병 없이도 전투요원 및 탄약 등의 수송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운전병을 전투병으로 전환하는 부가적인 효과도 있다. AI를 통한 혁신도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작전 지휘부는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참고해 작전을 지휘하며, 탄도미사일에 대한 방어도 AI를 활용한다.

12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열린 군 웨어러블 플랫폼 전시회에서 군인들이 첨단 군용 제품을 착용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던 웨어러블 로봇도 현실화되고 있다. 무거운 짐을 지거나 장거리 산악 보행을 하는 병사의 근력 보조를 통해 피로감을 줄여 전투력을 강화한다. 로봇의 개발도 활발하다. 밀림ㆍ산속ㆍ가파른 언덕 등에 장비를 운반하고 지뢰ㆍ폭발물을 제거하는 등 인간을 대신해 각종 임무를 수행한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지는 지난해 3월 글로벌 국방 IT시장 규모가 2020년 821억 2000만 달러에서 2027년 1108억 9000만 달러로 연평균 4.3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군용 로봇 개발 활발

최근 국내 방산업체들은 군용 로봇 개발에 승부를 걸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10일 방위산업기술지원센터와 국내 첫 대테러작전용 다족보행로봇을 2년 내 개발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네 발로 걷는 보행 로봇으로 장애물이나 굽이굽이 험한 길에서도 기동하며 원격조정이 가능하다. 로봇팔ㆍ원격무장통제장치ㆍ섬광폭음탄 및 최루탄가스 살포, 체온측정장치 등 다양한 임무 장치의 부착이 가능하도록 개발된다. 위험한 작전에 사람 대신 투입돼 인명을 보호할 수 있다. 테러나 대규모 재난 시 사전 투입돼 적을 식별해 초기대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대로템이 지난 1월 이미 납품한 2t급 원격ㆍ무인 차량도 주목받고 있다. 주ㆍ야간 4km까지 탐지할 수 있는 카메라가 달려 있어 사용자가 원거리에서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 감시 영상을 확인한다. 해안이나 비무장지대(DMZ) 등에서 정찰이 가능하다.

한화디펜스도 무인 수색 차량, 폭발물 탐지 로봇, 정찰 로봇 등 다양한 군용 로봇들을 개발하고 있다. 한화디펜스는 지난해 4월 병사 대신 수색과 정찰, 경계 임무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최첨단 무인 수색 차량의 탐색 개발을 완료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차량 개발을 추진 중이다. 원격으로 수색과 정찰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제한적 자율운용까지 가능하다. 무거운 전투 물자 수송뿐만 아니라 기관총을 탑재해 전투까지 수행할 수 있다. 한화디펜스는 또 급조 폭발물 탐지ㆍ제거, 지뢰 탐지 기능을 함께 갖춘 소형로봇인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을 2023년 6월까지 개발해 양산할 예정이다. 360도 모든 방향으로 작동하는 로봇팔을 이용해 건물 천장 위에 설치된 폭탄까지 제거할 수 있고, 엑스-레이 투시기를 장착하면 차량이나 가방 속도 검색할 수 있다. 지뢰를 탐지했을 때 3차원 영상으로 보여주고 주ㆍ야간 전천후 운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전방 감시초소(GP) 지역에 배치할 수 있는 감시 경계용 소형로봇 개발을 마친 상태다. 매복 작전 시 인간의 약점을 보완한 과학적인 감시 경계에 활용할 수 있다.

LIG넥스원은 근력 보조 웨어러블 로봇을 'LEXO'를 개발 중이다. 고중량 근력 보조 웨어러블 로봇 LEXO-W와 초경량 근력 보조 웨어러블 로봇 LEXO-V가 있다. 배터리, 구동장치 없이 사용할 수 있어 군사 작전은 물론 중량물을 운반하는 민수ㆍ공공 분야에서 근골격계 질환 예방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섹스로봇 뿐만 아니라 가사로봇, 넓게는 킬러로봇까지 로봇의 활용분야가 다양해짐에 따라 보다 정교한 로봇윤리의 정립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 =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스틸컷

◇'킬러 로봇' 도덕적 논란 여전

모든 감정과 판단이 배제된 채 기계적으로 명령을 수행하는 '킬러 로봇'에 대한 거부감과 논란은 여전하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예멘, 시리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등 전쟁에서 로봇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는 미군이 폭탄 감지ㆍ제거 로봇 2000여대를 활용해 큰 덕을 봤다. 그러나 킬러 로봇은 인마 살상용으로 활용될 경우 엄청난 부작용이 예상된다. 테러리스트가 입수하거나 자칫 해킹될 경우도 큰 문제다.

우리나라는 지난 1월 군사용 인공지능 활용에 따른 윤리 검증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해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국제적 여론 동향 및 적용 사례, 윤리적 문제ㆍ국제법 위반에 대한 논쟁 사례, 주요 선진국의 윤리적 조치 및 자율무기체계 운용 사례, 안전성 확보를 위한 단계별 윤리적 평가 및 판단 요소 등을 연구하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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