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통화만 된다는데…애플, 아이폰 '위성 통신' 집착 이유는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 14 시리즈부터 위성 통신 기능을 탑재한다. / 사진=송현도 아시아경제 인턴기자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9월 16일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출시되는 애플 아이폰 14의 '위성 통신'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통신이 불가능한 곳에서도 인공위성을 통해 긴급 전화·문자 전송 등을 지원하는 기능이다. 과거 위성 통신은 느린 속도 때문에 일반 휴대전화에까지 도입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첨단 저궤도 위성 기술에 힘입은 차세대 위성 통신은 스마트폰 시장에 다시 한번 혁신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아이폰 위성 통신 서비스는 지난 7일(현지 시각) 애플의 신제품 런칭 행사에서 공개됐다. 휴대폰 기지국, 이동국이 없는 오지나 바다 한가운데, 심지어 산속에서도 위성 통신망을 이용해 간단한 통화 기능을 유지하는 게 골자다.

애플의 위성 통신 서비스 파트너는 미국에 본사를 둔 우주 통신망 회사 '글로벌스타'로, 지구 궤도에 50여개의 통신 위성을 배치해 100여개 국가에서 위성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애플은 우선 미국·캐나다 등 북미 아이폰 이용자에게 2년간 위성 통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다가, 이후 구독형 글로벌 서비스로 전환할 방침이다. 북미 대륙은 땅이 넓고 인구 밀도가 낮은 특성상, 시골이나 산간 지역은 휴대전화 통신망이 미흡한 경우가 많다. 자연재해도 자주 벌어져 지상 통신국이 파괴되기도 한다. 위성 통신이 요긴히 쓰일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위성 통신 기술은 한계도 명확하다. 다운로드·업로드 속도가 느려 구조요청(SOS) 메시지 전송에만 1~2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위성 인터넷 관심 갖는 애플…핵심은 '저궤도 위성망'

애플과 서비스 계약을 맺은 글로벌스타를 포함해 인마샛, 이리듐 등 기존 위성 통신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위성 통신 전용 휴대폰을 만들어 판매해 왔다. 이런 제품은 탐험가, 선박 항해사 등 일부 전문직이 애용한다.

인마샛이 지원하는 위성통신 휴대폰. 위성통신을 지원하는 기기는 대개 선박 승무원, 재난 현장에서 근무하는 요원, 탐험가 등이 사용한다. / 사진=인마샛 홈페이지 캡처

애플은 지난해부터 위성 통신 기술을 의욕적으로 연구해 왔다. 미국 IT 전문 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13 때부터 이미 위성 통신용 칩셋을 탑재할 계획을 추진 중이었다고 한다.

애플이 위성 통신에 흥미를 가지는 이유는 차세대 기술로 손꼽히는 '저궤도 위성망' 때문이다. 당초 글로벌스타·인마샛·이리듐은 지상에서 수천km 떨어진 정지궤도에 위성을 띄워 통신을 지원해 왔다. 지상과 위성 사이 물리적 거리가 멀수록 신호를 주고받는 시간이 오래 걸려 속도가 떨어진다.

반면 최신 통신 위성망은 지구에서 불과 500~1000km가량 떨어진 저궤도에 위성을 띄워 속도 문제를 개선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추진 중인 인터넷 위성망 '스타링크'의 경우 지상 5G 네트워크와 비슷한 통신 속도를 목표로 두고 있을 정도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설립한 스타링크 위성. / 사진=스타링크

위성 통신이 일반 기지국 통신과 대등한 속도를 발휘하게 되면 다양한 이점을 갖는다. 기지국과 달리 '통신 사각지대'가 없다. 어떤 장소에서든 결코 끊기거나 약해지지 않는 인터넷 연결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사물인터넷(IoT) 센서로 연결된 스마트 도시, 자율주행,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기술과 접목할 수 있다.

애플, 위성 통신서도 '퍼스트 무버' 될까

애플은 경쟁 기업들보다 위성 통신 시장에 일찍 뛰어들면서 다양한 난제에 맞닥뜨릴 전망이다. 우선 위성 통신용 휴대폰은 위성과 통신 빔을 송·수신하기 위해 별도의 모뎀 칩을 내장해야 한다. 관련 기술은 이미 상용화를 마쳤기 때문에 개발에 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에 있다.

위성 통신 운영사들은 지구 궤도에 저궤도 위성 수천개를 배열해 위성 인터넷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막대한 인프라를 세우고 유지하려면 큰 자금이 필요하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스타링크 위성망 구축에 향후 3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지출은 훗날 서비스 이용자의 구독 요금을 통해 회수할 수밖에 없다. 위성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업체가 협상을 통해 타협점을 마련해야 한다.

규제 문제도 있다. 현재 인공위성 통신망은 'ITU-R'이라는 국제 라디오 주파수대역 통신규약에 묶여 있다. 향후 애플이 위성 통신 성능을 개량하기 위해 더 높은 주파수를 설정하려 한다면, 새로운 국제 표준 개발에 힘을 더해야 한다. 만일 애플이 위성 통신 기업들과 원활히 협력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향후 추가 기술 개발을 위한 규제까지 정비한다면 다른 기업들보다 수 걸음 앞선 '퍼스트 무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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