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윤기자
[아시아경제 최서윤 기자] 한화솔루션이 '미국발 태양광 훈풍'을 타고 국내외 태양광 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에 맞춰 설비를 증설하고 미국 내 태양광 담당 법인을 일원화하는 등 사업의 무게 중심이 태양광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태양광 기업으로 정체성을 바꿔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최근 케미칼 부문 생산설비를 증설하려던 계획은 철회한 반면, 태양광 사업에는 수천억원대 신규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7일 1600억원을 투자해 여수 산단에 18만t 규모의 질산과 질산 유도품(DNT) 생산 시설을 지으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DNT 자체 조달을 통해 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TDI) 사업 수직계열화를 이루려고 했으나 원자재 가격 급등, 제반 물가 상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이유로 투자 결정을 철회하기로 했다.
같은 날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에 총 7617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먼저 GS에너지와 함께 5900억원을 투자해 태양광 소재 합작사 '에이치앤지케미칼(H&G Chemical)'를 설립하기로 했다. 2025년 9월부터 연산 30만t을 목표로 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EVA)를 생산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 첨단소재 부문 등 EVA시트를 생산하는 글로벌 태양광 부품 업체들은 이 소재를 활용해 제품을 공급한다.
EVA시트는 태양광 셀의 성능을 유지하는 핵심 자재다. 첨단소재 부문도 충북 음성에 약 417억원을 투자해 EVA시트 생산라인을 증설한다. 이번 합작사업을 통해 한화솔루션을 포함한 한화그룹의 EVA 생산능력은 총 92만t으로 늘어나 미국 엑슨 모빌(79만t)을 제치고 글로벌 1위의 EVA 생산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이어 충북 진천공장에 총 1300억원을 투입해 고효율의 탑콘 기반 셀과 대형 웨이퍼(M10)를 활용한 모듈 생산라인을 설치하기로 했다. 고출력의 제품 생산을 위해 기존의 M6(16.6㎝ x 16.6㎝) 웨이퍼를 면적이 큰 M10(18.2㎝ x 18.2㎝)으로 대체하기 위한 라인 전환도 추진한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현지 생산공장 신설도 검토중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미국 텍사스주에 최근 18억2900만달러(약 2조5000억원) 규모 사업 의향서를 제출했다. 댈러스 카운티 등에 태양광 패널, 잉곳, 웨이퍼 및 셀 생산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내용이다.
미국 조지아주 모듈공장에는 내년 2000억원을 투자해 1.4GW를 추가할 예정이다. 완공 시 총 3.1GW의 모듈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한화솔루션의 미국 투자 행보는 재생에너지 지원책이 담긴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과 맞물린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IRA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매해 2억달러(약 2700억원) 이상의 세제 혜택을 받는다.
사업 관리 효율화를 위해 미국 현지에서 태양광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지배구조에도 변화를 줬다. 한화솔루션의 100% 자회사 한화큐셀아메리카를 한화글로벌에셋 자회사로 이전하기로 한 것. 한화솔루션은 한화글로벌에셋을 컨트롤타워 삼아 한화큐셀아메리카홀딩스, 한화큐셀아메리카 등으로 미국 내 법인을 일원화해 조직관리 효율화를 달성할 방침이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케미칼 제품인 DNT 증설은 철회하고 태양광 관련 제품인 EVA는 신규 증설, 한화글로벌에셋을 컨트롤타워로 미국 큐셀 법인 지배구조를 변경한 것은 앞으로 케미칼이 아니라 태양광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라며 "미국의 정책 지원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빠른 시일 내 미국 태양광 밸류체인 수직계열화를 위한 투자 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