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약 6500만 년 전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떨어진 지름 10km의 초대형 소행성은 당시 지구의 지배종이었던 공룡을 멸종시켰다. 엄청난 화재와 지각 변동에 따른 화산 폭발, 먼지 등을 발생시켜 지구 온난화를 촉진했기 때문이다. 최근엔 소행성 충돌 대신 인류가 그 역할을 대신해 각종 활동으로 지구 온난화를 촉진하고 있는 가운데, 2019~2020년 호주에서 장기간 발생했던 대형 산불이 오존층에 큰 구멍을 뚫는 등 지구 온난화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영국 엑스터대 연구팀은 지난달 25일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이런 논문을 게재했다.
호주에선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극심했던 가뭄으로 인해 전례 없는 강도의 산불이 발생했다. 우리나라 면적의 2.4배인 2,400만㏊ 이상을 태웠다. 33명이 산불로 직접 사망했고 450여 명이 연기 흡입 등 간접적으로 사망했다. 연기와 뜨거운 공기로 성층권 하부 온도가 최대 섭씨 3도가량 상승했다. 이는 지구 전체적으로 성층권 하부 온도를 섭씨 0.7도 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 이래 가장 큰 증가폭이었다. 이런 현상은 무려 4개월가량 지속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중간 정도의 화산 폭발과 비슷한 규모의 영향을 끼친 것"이라며 "당시 산불의 규모가 정말 놀라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성층권은 지표로부터 약 10~50km 높이다. 일반적인 경우 화재로 인한 연기는 도달하지 못한다. 그러나 당시 호주 산불은 이례적으로 강한 상승 기류를 만들어 연기가 최대 35km 고도까지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블랙카본, 즉 열을 흡수한 화석연료가 불완전연소 할 때 그을음 등 고형입자의 형태로 배출되는 탄소가 대량으로 성층권으로 확산했다. 이 물질들은 이후 태양 빛을 흡수하면서 온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연구팀은 또 호주의 산불로 발생한 연기와 오존이 남극의 오존층에 생성된 구멍을 더 크게 만들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산불이 나기 1년 전에는 남극 오존층의 구멍이 작았지만 2020년에는 매우 깊은 구멍이 발견돼 다소 당황했었다"라면서 "5개월간이나 이 현상이 계속됐다"라고 밝혔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