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우리나라가 안보 및 국토 관측용으로 개발한 고성능 위성이 납기 지연에 전쟁까지 겹치면서 4년째 발이 묶였다. 정부는 3년 넘게 납품을 지연시킨 LIG넥스원에 예정대로 연내 100억 원대 지체상금 부과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ㆍ항우연)에 따르면, 항우연은 다목적 실용위성 6호(아리랑 6호) 탑재체 납기를 3년 넘게 어긴 LIG넥스원에 애초 계약에 따라 올해 말까지 지체상금 액수를 정해 부과할 계획이다. 아리랑 6호 탑재체 계약 규모가 약 1000억 원대여서 지체상금 규모는 최대 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항우연의 이런 계획은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방침과는 다소 궤를 달리한다. 정부는 당시 기술 개발이 어려운 첨단ㆍ방산 분야의 특성을 고려, 기업 연구ㆍ개발 장려 명분으로 지체상금 부과 조건 완화ㆍ감면ㆍ유예해주기로 했었다. 이미 계약 체결이 상당히 오래전에 진행돼 소급 적용할 수는 없다. 3년여간 3차례나 발사를 지연시켜 현재의 '오리무중' 상황을 초래한 책임이 크기도 하다.
항우연은 "올해 말까지 지체 상금 규모 등 부과를 검토할 예정이며, 유예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지체상금 부과는 계약서에 명시돼 있고, LIG넥스원과의 아리랑 6호 탑재체 계약은 지난해 발표된 감면ㆍ유예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LIG넥스원은 2014년 아리랑 6호의 영상레이더(SAR) 등 탑재체를 2018년 말까지 납품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해외업체(에어버스 DS)에 외주를 준 핵심 부품 SAR의 송수신 안테나가 제때 개발되지 못하면서 납기를 3년이나 넘긴 지난해 하반기에야 납품을 마쳤다. 그러면서 아리랑 6호 발사는 2019년에서 지난해 초, 지난해 말, 올해 하반기 등으로 3차례나 연기됐다. 여기에 지난 2월 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지난 8월 발사 계획도 물 건너간 상태다. 러시아 발사체를 이용할 계획이었지만 러시아연방우주국이 국제제재 동참국의 위성 발사를 거부했다. 아리랑 6호는 현재 제작 완료 상태지만 대체 발사체를 찾지 못해 계속 발사가 지연되고 있다.
항우연으로선 LIG넥스원이 납기를 지켰으면 아리랑 6호는 진작 발사돼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아리랑 6호는 해상도 0.5m의 초고해상도로 주ㆍ야간 전천후 감시가 가능하다. 국가 안보ㆍ국토 관리 정보 획득에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됐었다. 아리랑 5호보다 4배 더 화질이 좋고 군사용 위성을 제외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해상도다. 2013년 발사돼 2018년 1차 임무 기간 만료된 아리랑 5호를 대체할 계획이었다. 정부는 아리랑 6호 발사가 계속 늦어지자 아리랑 5호의 상태를 확인해가면서 2년 단위로 계속 임무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만약 발사 10년이 다 되가는 아리랑 5호가 노후화로 불시에 고장이라도 난다면 인공위성망을 이용한 한반도 관측ㆍ감시 시스템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LIG넥스원은 계약에 따른 발주처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사업 진행과 관련해 계약 사항은 업체에서 드릴 말씀은 없다"라면서 "사업 주관인 항우연으로 문의 바란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민간 우주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한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맞아 과거 관(官) 주도로 짜인 우주 관련 정부 조달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우주 최강국인 미국에서도 우주군ㆍ공군 등이 중국의 추격을 물리치려면 시대에 뒤떨어진 조달 체계를 개편하고 민ㆍ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