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성, 중·러 '도발'에 수뇌부 총출동…무슨 일?[과학을읽다]

6~7일 이틀간 회의, 중·러 우주 위협 대처 논의
장-차관, 국방정책위원회 등 핵심 관계자 총출동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가상 전쟁 시나리오는? 미국은 전세계에서 국경을 맞댄 적성 국가가 없는 거의 유일한 대국 중 하나다. 치명적 피해를 줄 자국 내 지상전은 벌어질 일이 없다.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보유한 1만기가 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미국은 1960년대 이후 첩보 감시 위성과 지상 레이더 네트워크로 이뤄진 미사일 조기 경보 체제를 구축해놓은 이유다. 그런데 최근 중ㆍ러가 우주에서 위성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과 우주선 등을 개발해 이를 위협하고 있다. 한동안 두고 보던 미국이 올해부터 우주군 전담 부대 창설 등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다음 주 중 미국 국방성(DoD) 수뇌부가 총출동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3일 미국 우주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 국방 전문지 디펜스뉴스 등에 따르면, 미 국방성은 오는 6~7일 이틀간 로이드 오스틴 장관과 캐슬린 힉스 차관, 전직 국가안보 관계자들로 구성된 국방정책위원회 등 고위급이 총출동한 가운데 중ㆍ러의 우주 무기 위협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디펜스뉴스는 "중ㆍ러의 궤도 포격시스템 개발과 지상공격용 우주 무기가 미국의 억지력과 전략적 안정성을 줄 수 있는지를 비롯해 적성 국가에 의한 유사한 무기의 개발에 미국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회의는 미국이 중ㆍ러의 우주 무기 개발 등에 적극적인 대응이 본격화한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10월 극초음속 활공체(HGV) 등이 포함된 부분궤도포격시스템(FOBS)을 개발해 지구 저궤도에 있는 위성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갖췄다. 중국은 또 지난 2월 스젠21호 위성을 발사해 고장 난 자국 위성을 추적ㆍ도킹해 '위성 묘지 궤도'로 던져 버리는 실험에 성공했다. '우주 쓰레기 청소용'이라지만 사실상 대위성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레이저 등 지향성 에너지 무기와 항공ㆍ지상 발사 대위성요격미사일 등 직접 공격 수단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은 미국의 X-37B처럼 지구 저궤도에서 장기간 체류하면서 방향ㆍ고도를 수시로 바꿔 자유롭게 활동하는 우주선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21일 미국이 보란 듯이 위성요격미사일 실험을 실시해 자국의 고장 난 위성을 산산 조각내는 실험을 성공시켰다. 이로 인해 수만 개의 파편 조각이 구름처럼 생기면서 인근 궤도에 있던 국제우주정거장(ISS)이 회피 기동을 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최근 중ㆍ러와 긴장 관계가 고조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미사일 조기 경보 체제가 공격당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커진 셈이다. 미국도 최근 우주군 산하에 우주물체 추적ㆍ감시 전담 부대를 신설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데이비드 톰슨 미 우주군 부사령관은 지난해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위성들은 매일같이 공격당하고 있다"라면서 "미국은 지금 보유한 우주 시스템들이 위협받을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이 존재하게 된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미 우주군ㆍ공군 등이 최근 연례 보고서를 통해 "이러다간 중국에 뒤진다"라면서 적극적인 우주 개발 정책과 예산 투자, 민ㆍ관 협력 강화를 강조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에 배경을 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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