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싸더라니'…골프업계 '짝퉁'과의 전쟁

국내 골프웨어 모조품 시장 1000억원 웃돌아
용품도 외관상 정품과 구분 어려울 만큼 정교
중고 거래시 시리얼 넘버 등 확인해 피해 줄여야

[아시아경제 이서희 기자] 골프 인구가 급증하면서 골프용품 업계가 ‘모조품과의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모조품이 디자인과 가격 면에서 진품과 거의 차이가 없을 만큼 진화하는 등 점점 더 교묘하게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 특히 골프용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초보 골퍼'가 사기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는 지적이다.

"골프웨어 모조품 시장 규모 1000억 원 웃돌 듯"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주상복합아파트와 카페거리의 의류매장, 골프연습장 등지에서 명품 골프용품의 모조품을 판매해 온 판매업자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특사경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5월1일부터 40여 일 동안 타이틀리스트·디올·루이뷔통 등 명품의 모조품을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과정에서 압수된 물품은 2072점, 가격으로 환산하면 14억2000만 원에 달했다. 적발된 위조 상품도 다양하다. 의류가 1963점, 가방 19점, 스카프·벨트·신발·액세서리 등이 90점이었다.

업계는 국내 모조품 골프의류 시장 규모가 이미 1000억 원대를 훌쩍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골프의류 외에 골프클럽·골프공·골프가방·신발 등을 합산하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요 골프용품 브랜드는 전담팀까지 구성해 모조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골프용품과 의류를 판매하는 타이틀리스트와 PXG 등은 내부 법무 담당 직원들이 세관에 직접 드나들며 진품 식별 교육을 하고 있다. 타이틀리스트 관계자는 “골프 인기가 높아지면서 모조품도 크게 늘었다”면서 “자체적으로 정확한 통계를 내보진 않았지만, 아직도 시중에 거래되고 있는 모조품까지 모두 합하면 예상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전문가도 구별하기 어려워…중고 거래 통해 ‘대물림’까지

문제는 모조품이 진품 사이에 섞여 계속해서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점이다. 모조품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산 구매자가 이를 중고 거래 사이트에 다시 올리거나, 지인에게 건네주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소비자 중에는 공식 AS센터에 제품을 맡겼다가 엉겁결에 모조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골프공과 골프클럽 등은 제품을 잘라 단면을 살펴보지 않는 이상 전문가도 육안으로 모조품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타이틀리스트의 인기 제품인 ‘프로 V1’ 골프공은 커버의 두께와 코어의 균일함에서 진품과 모조품의 차이가 크다. 골프공은 중심에서부터 코어·레이어·커버의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커버가 얇을수록 타구감이 부드럽고 비거리가 길다. 또 코어가 균형 잡히고 원에 가까울수록 공이 엇나가지 않는다. 모조품의 단면을 살펴보면 진품보다 커버가 두껍고 코어가 울퉁불퉁하다. 진품보다 저렴하지만,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클럽도 마찬가지다. PXG 클럽의 경우, 진품은 중공 구조에 코어 소재가 채워져 있다. 부드러운 타구감과 볼 속도가 향상을 위한 기술이 적용됐다. 반면 모조품은 헤드 안이 비어있고, 타구 시 소리도 훨씬 높고 가볍다. 대신 진품보다 페이스면을 훨씬 두껍게 만들어 전체적인 무게를 맞췄다. 겉으로 보기엔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

마땅한 단속 방법 없어…“시리얼 번호 확인하고 원산지 점검해야”

각 브랜드가 내부 전담팀까지 만들어 모조품에 대응하고 있지만, 중고 거래 사이트나 지인을 통해 퍼지는 ‘짝퉁’까지 고려하면 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지나치게 저렴한 제품은 피하고, 모조품이 의심되는 경우엔 본사에 전화해 시리얼 번호를 확인하는 등 구매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각 브랜드 본사에 연락하면 소비자는 제품에 적힌 시리얼 번호를 통해 정품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피팅샵을 방문해 스펙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모조품을 가려낼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모조품이 유통되는 경로가 훨씬 다양하고 복잡해졌다”면서 “구매자는 웬만하면 공식 사이트와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는 등 구매 단계에서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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