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들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해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킨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이 단계를 생략하고 줄기세포만으로 배아를 만들고 뇌와 장기 생성 단계까지 발달시킨 동물 실험 결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생명의 신비를 밝히고 유전 질환 등 난치병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윤리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과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가 이같은 논문을 네이처 및 생명공학 학술지 '셀'에 잇따라 게재했다. 막달레나 제르니카-괴츠 교수 등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10년간의 연구 끝에 생쥐의 배아줄기세포에 태반과 난항낭을 생성하는 줄기세포를 추가하는 방법을 통해 '합성 줄기세포 배아배아를 발달시켜 심장과 뇌가 형성하는 단계인 8.5주까지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생쥐의 임신기간이 약 20일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가까운 기간이다. 특히 연구팀은 생쥐의 장기가 형성되는 과정을 관찰했다. 8.5주까지 성장한 생쥐의 배아는 심장이 뛰었고 전두엽 등 뇌의 형성이 뚜렷했으며 신경관 등 주요 기관이 생겨났다. 앞서 지난 1일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도 이와 비슷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생쥐 배아의 줄기세포를 태반과 난황낭을 갖춘 완전한 인공배아를 만들었고, 약 8.5주간 성장시켜 뇌 등 각종 장기 형성 단계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앞으로 인간의 줄기세포 기반 인공 배아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포유류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한 후 수정난 발생→배반포→착상→배아 등으로 발생하는데, 그동안 과학자들은 생쥐를 상대로 줄기세포를 활용해 배반포 단계까지 만들어 2~3일 발달시키는데 그쳤었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연구 결과는 생쥐의 체내가 아닌 실험실 환경, 즉 인공 자궁에서 착상 이후 배아 단계에서 본격적인 장기 발달 단계인 임신 기간의 거의 절반에 해당되는 시기까지 성장하는 과정을 관찰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과학자들은 이같은 생쥐 모델 연구 결과가 인간에게도 곧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인간의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배반포를 만드는데 성공했고, 이후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인공 자궁ㆍ배양액도 개발된 상태다. 젠핑 푸 미시건대 생명공학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매우 흥미로우며, 인간의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공배야 연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따라서 인간 배아 세포를 활용한 연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ㆍ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생명윤리법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인간 배아 세포에 대해 착상후 14일까지 연구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줄기세포학회가 지난해 윤리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14일을 초과한 연구도 가능하도록 하는 등 사회적 컨센서스에 대한 재논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한 연구자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의 초기 발생 단계에서 생기는 유전 질환 등의 문제점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라며 "아직 인간에게 적용한다는 것은 무리지만 앞으로 연구 결과와 지식이 쌓이게 돼 향후 어떤 과학적 결과가 있을 지 위험성에 대한 예측과 대비가 가능해 진다면 인간 배아 세포 연구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재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