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기자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따른 에너지 대란 우려가 커진 가운데 국제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 초 유가 상승 수혜주로 이름을 올렸던 정유사의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0분 기분 S-Oil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3% 오른 9만8700원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 16일 S-Oil의 주가는 8만9600원대에서 거래됐지만 일주일새 10%가 넘게 상승한 것이다. 이 시각 현재 다른 정유 관련주들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중앙에너비스는 7% 올랐고, 현대일렉트릭(3.34%), 흥구석유(1.8%)등도 상승했다. 지난달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한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반응한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기준 배럴당 90.64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7월 초만 해도 배럴 당 100달러를 웃돌았던 유가는 이달 들어 85달러까지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지만, 이달 중순부터 다시 상승세다. 중국이 부진한 경제 실물 경제 지표를 발표하는 등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가 이달초 유가를 끌어내렸다면 부족한 원유 재고 수준과 올 겨울 난방 수요를 석유가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다시 유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불완전한 수급을 제어하기 위해 감산 가능성을 언급한 점도 유가 하방을 단단하게 하고 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원유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과 교란을 막기 위해 OPEC+ 회원국들이 그간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유가 수준을 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 균형 수준인 배럴당 80달러 수준에 근접해 있다.
시장에선 단기적으로는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이란핵 합의 복원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유가 하락이 나타날 순 있다고 말한다. 다만 중장기적으론 겨울철 난방을 위해 석유 사용량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어 100달러 선도 충분히 상회할 수 있다는 평가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을 끌어올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종식이 불투명해 국제유가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LNG 수출 차질 이슈로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천연가스와 석탄시장이 크게 급등했는데 이 상황이 완화되더라도 러시아의 도발 가능성은 상존해 있는 상황"이라며 "이란의 원유 수출 재개와 별개로 겨울철엔 가스 석탄 대체용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도 "러시아가 이달 말 3일간의 유럽향 가스 공급 중단을 발표하면서 천연가스 대체재로서의 원유 수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의 주간 원유 재고와 가솔린 재고가 감소세를 이어간다면 유가 하락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