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호기자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코로나19 기간 치솟았던 신차 가격에 맞춰 함께 올랐던 중고차 가격이 조금씩 꺾이고 있다. 가격 상승에 인한 피로감에 금리 인상과 기름값 상승이 더해지자 소비자들이 중고차 구매에 신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기 차종은 여전히 귀한 몸이다. 신차급 및 인기차종의 중고차 가격이 신모델보다 200만~300만원 높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일 중고차 판매사이트 케이카에 따르면 기아 쏘렌토 4세대 하이브리드 가솔린 터보 1.6 4WD 시그니처 그래비티 모델의 경우 올해 1월에 출고해 1만2469km를 운행한 차량의 가격이 4850만원으로 나타났다. 신차의 경우 비슷한 옵션이면 4560만원 가량이라 무려 290만원이 더 비싼 것이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경우 신차 대기기 기간이 17~18개월 가량이다.
엔카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기아 더 뉴 카니발과 더 뉴 쏘렌토의 최대가는 소폭 하락했으나 최소가는 각각 1.07%, 2.91% 상승했다. 쌍용 G4 렉스턴 또한 최대가가 2.67% 오르며 평균적인 시세 변화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달 시세 하락폭이 다소 컸던 더 뉴 그랜저 IG 하이브리드는 최소가 3.61%, 최대가 2.26% 모두 올라 시세가 반등했다.
업계에서는 중고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조금씩 낮아지겠지만, 인기 차종은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현 상황이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신차급 차량도 여전히 인기다. 신차급 중고차는 출고 1년 이내의 최신 모델이면서 주행거리도 최대 1만㎞대에 그친 차를 말한다. 제조사 보증 기간과 주행거리가 넉넉히 남아있어 사실상 신차를 보다 싸고 빠르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엔카닷컴 관계자는 “올해는 물가 상승의 여파로 일부 차종을 제외하고 중고차 시세가 예년보다 전반적으로 소폭 하락한 경향을 보였다”며 “하지만 신차급 차량 매물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고 국산 SUV 중심으로 가격 방어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치솟던 중고차 평균가격은 차츰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엔카닷컴에 따르면 7월 중고차 가격은 전월 대비 국산차 1.3%, 수입차 1.0%가 하락했다. 지난 5월부터 3개월 연속 가격이 하락세다. 그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를 받는 대기 기간이 최대 1년 반 이상 길어지면서 중고차 가격은 급등해왔다.
통상 여름 휴가를 앞두고 중고차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가격 상승이 예상됐지만 아직 눈에 띄는 오름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오를대로 오른 중고차 가격과 유가 폭등이 맞물리며 소비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형 및 세단의 가격은 눈에 띄게 떨어진 모습이다. 이달 들어 국산차 기아 스포티지 디젤 3.14%, 르노코리아 SM6 가솔린 3.02%, 제네시스 G80 2.75%, 현대차 코나 2.23%씩 내렸다. 수입차 중에선 아우디 A6 디젤이 3.47%, BMW 3시리즈 2.88%, 벤츠 C클래스 1.76% 하락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의 경우 신차 공급망의 충분한 회복까지의 출고 지연은 상당부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에 중고차 가격도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