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손선희기자
[아시아경제 세종=손선희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나라 수입이 13조원 이상 줄어드는 ‘슈퍼 감세’ 기조의 세제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정작 근로자를 위한 소득세 개편은 소폭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줄었다는 비판 여론이 강해지자 정부가 15년 만에 소득세 개편에 나섰으나 근로자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근로소득세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 온 과도한 면세자 비율이 확대됐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기획재정부가 21일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이번 소득세 개편안은 최저세율(6%)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상한 기준액을 200만원 상향(1200만→1400만원)하고, 그 다음 구간(15%) 상한 기준액을 400만원(4600만→5000만) 조정했다.
개편된 과표구간에 따른 세율을 적용할 경우 연간 7800만원을 버는 외벌이 가구 기준 최대 54만원의 세부담이 줄 것으로 추산된다. 매월 4만5000원 줄어드는 격이다. 연 5000만원 소득자의 경우 기존보다 18만원의 세금이 줄어드는데, 월로 환산하면 1만5000원에 그친다. 정부가 고(高)유가·고물가에 따른 서민·중산층 세부담을 줄여주겠다고 했지만 실제 물가상승률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셈이다. 소득세 과표가 묶인 2008년 6월 이후 올해 6월까지의 물가 상승률은 31.9%였다. 당초 소득세 개편 필요성이 제기된 배경이 물가에 있었던 만큼 소득세를 이에 맞춰 조정했다면 감면 폭은 더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나마 정부가 고물가 대책으로 식대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한도를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했지만, 이 역시 직장인의 체감폭은 그리 크지 않다는 평이다. 만약 매월 식대 20만원을 지급받는 근로자의 경우 평균적 소득·세액공제를 적용하면 연봉 4000만~6000만원 근로자는 약 18만원, 연봉 8000만원 근로자는 약 29만원의 혜택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개편안으로 면세자가 오히려 확대되면서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근로소득세 면세율은 37.2%(2020년 기준) 수준인데, 이번 개편안이 적용되면 이 비율이 약 1%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 고광효 세제실장은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것일 뿐, 중장기적으로는 매년 2%씩 지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소득세 소폭 개편과 함께 저소득 가구 지원을 위한 근로·자녀장려금 재산요건은 기존 2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완화했다. 근로장려금은 가구형태별 각 10% 수준 인상됐고, 자녀장려금도 기존보다 10만원 늘어난 8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