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기자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봉쇄된 흑해 수출항이 다시 열리면서 이번주 밀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주요 곡물의 수출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장관 회의에서 "이번주 오데사 등 흑해 항구도시들에 관한 봉쇄를 해제하는 방안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각자 감독 하에 화물선이 흑해를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데 형태의 합의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흑해 주변에 묶여 있는 우크라이나산 밀은 2000만~250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시장의 9%를 차지하는 주요 수출국으로 2020년 밀 수출량은 1800만t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는 흑해를 통해 대규모 곡물을 수출했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가 오데사주 흑해항 6곳을 통해 수출한 곡물은 매달 500만∼600만t에 달했다. 전쟁 발발 뒤 흑해가 봉쇄되면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급감했고 이는 심각한 식량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아프리카에서는 기근으로 수 만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보렐 고위 대표는 "수만 명의 생명이 이번 합의에 달려있다"며 "이는 외교적 문제가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삶과 죽음의 문제"라고 말했다.
흑해를 통해 곡물 수출을 재개하는 논의는 지난 몇 주간 꾸준히 진전을 보였다. 특히 지난 13일 유엔 중재로 튀르키예(터키) 수도 이스탄불에서 이뤄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에서 큰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U 관계자는 EU 외교장관 회의를 앞두고 드미트리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우크라이나ㆍ러시아ㆍ터키 3개국의 곡물 수출 재개를 위한 협상의 진전 내용을 보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이란을 방문해 수도 테헤란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푸틴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흑해 곡물 수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흑해항 곡물 수출에 러시아가 합의해주는 대가로 러시아 곡물과 식품 등을 제재 대상에서 예외로 할 것임을 분명히 명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과 아프리카 등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국가들은 EU의 제재 조치로 러시아 곡물 수출이 영향을 받으면서 식량난이 심각해졌다고 주장해왔다. EU는 그동안 이같은 주장을 반박해왔지만 최근에는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EU 관계자는 "EU는 결코 농산물에 제재 조치를 가한 적이 없다"면서도 "다만 제재 조치가 복잡하기 때문에 일부 러시아 곡물 수출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식량 공급이 타격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외무장관들 회의에서는 러시아 국영기업과의 거래 금지 대상 중 식품에는 예외를 적용하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전 세계 식량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는 어떤 제재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며 러시아 농산품과 식품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