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태초 우주의 비밀과 외계 생명체 탐색을 위한 ‘인류의 눈’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가 우주 관측의 신기원을 열고 있다. 이전보다 훨씬 크고 밝아진 눈으로 우주의 심연을 들여다 보기 시작해 최초로 외계 행성 대기에서 물의 존재를 확인하는 등 초반부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2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메릴랜드주 고다드 우주센터에서 JWST가 촬영한 4장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전날 저녁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사전리뷰 행사를 통해 우주대폭발(빅뱅) 이후 초기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은하계들이 찍힌 SMACS 0723 은하단 사진을 공개한 데 이어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외계 행성에서 물의 존재를 확인한 이미지였다. JWST는 지구에서 115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 ‘WASP-96b’의 분광 이미지를 찍어 전송해왔는데, 분석해 보니 수증기 형태의 물이 대기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NASA는 "웹 망원경이 외계행성을 둘러싼 대기에서 구름, 연무와 함께 물의 뚜렷한 특징을 포착했다"며 "이는 웹 망원경이 전례 없는 대기 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이 행성은 봉황자리에 위치한 거대 가스 행성으로, 질량은 목성의 절반 정도다.
천문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천체 중 하나인 ‘스테판의 오중주’(Stephan‘s Quintet) 은하단을 찍은 사진도 공개됐다. 지구로부터 약 2억9000만 광년 밖 페가수스자리에 있는 은하 5개 중 네개가 서로 중력으로 인해 마치 춤을 추듯 ’밀당‘을 반복하는 모습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NASA는 "은하들이 충돌하는 장면으로 우주의 진화 과정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별들의 요람으로 잘 알려진 용골자리 성운(NGC 3324) 사진도 함께 공개됐다. 근적외선 카메라(NIRCam)와 중적외선 기기(MIRI)를 이용해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별 탄생의 영역을 처음 드러냈다.
마치 ’우주 절벽‘처럼 보이는 웅장한 이미지와 아기별들이 찍혔다. 지구로부터 2500광년 떨어진 남쪽 고리 성운(NGC 3132)의 사진도 이날 배포됐다. 별이 죽어가면서 먼지 구름을 뿜어내는 행성상 성운인데,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모습보다 훨씬 디테일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NASA는 "죽어가는 별들이 내뿜는 가스와 우주 먼지에 대해 더 세부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전날 오후 백악관에서 미리 보기 행사를 갖고 SMACS 0723 은하단 이미지를 공개했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것보다 훨씬 고해상도인데다 파장이 긴 적외선 이미지여서 은하단 너머에 있는 수천개 이상의 새로운 은하들이 포착됐다. 특히 138억년 전 빅뱅 직후 약 131억년 전후에 생성된 은하들이 내뿜은 ’태초의 빛‘을 사상 최초로 담아내 관심을 모았었다.
과학자들은 천문학계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기 시작했다며 기대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성주 국립과천과학원 천문학 박사는 "허블망원경보다 훨씬 뛰어난 관측 성능으로 천문학의 신기원을 열고 새 역사를 써나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국민들이 우주에 대한 상식과 지식, 관심이 많아지면서 관련 산업 활성화는 물론 우주 관측ㆍ개발에 대한 투자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철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지구보다 훨씬 뜨거운 목성형 행성에서 물을 발견한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면서 "지구형 행성들에 대해 세밀히 관측해 연구하게 되면 본래의 목적인 생명 탄생의 비밀과 외계 생명체 탐색에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