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여파로...'욜로' 가고 찾아온 '무지출 챌린지'

연이어 오르는 물가상승률 서민 부담 ↑
청년 밥집·시험 응시료까지 올라...'욜로' 옛말
'무지출 챌린지', '절약 브이로그' 등 절약법 공유 인기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해 23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20~30대 사이에서는 지출액 0원으로 하루를 보내는 '무지출 데이' 등이 생존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 서울 금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희주(35)씨는 월 5회 이상 '무(無)지출 데이'를 지키기 위해 무지출 가계부를 작성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있다. 그는 무지출 데이를 지출액 0원으로 생활하는 날로 정하고, 불가피한 지출이 생기면 사용 금액과 사유를 함께 적어 올린다. 김씨는 "지난 세 달간 무지출 일지를 작성하면서 생활비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물가가 당분간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무지출 데이를 조금씩 늘려 절약을 해 보려고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고물가 시대 재정 부담으로 인해 '욜로'(You Only Live Once·YOLO)로 대표됐던 20~30세대들 사이에서는 '무지출 챌린지' 등 자구책을 찾아 나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밥상, 교통, 전기 등 생활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르면서 고정 지출까지 줄여 재정 부담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무지출 챌린지'는 애초에 '무소비'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절약'과 차이가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해 23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의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물가지수는 108.22를 기록해 6%대 상승률에 도달했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지난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3%대를 기록하다가 3월(4.1%)과 4월(4.8%)에 4%대를, 5월(5.4%) 5%대를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밥상, 교통, 전기 등 생활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올라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취약한 청년층들의 부담도 커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같은 물가 상승 영향으로 밥상, 교통, 전기 등 생활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해 서민들 부담이 커졌다. 일반 국민이 자주 구매하는 쌀·라면 등 144개 품목에 대한 생활물가지수 역시 7.4% 상승해 1998년 11월(10.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출 목적별로는 전년 동월 대비 △교통(16.8%) △음식·숙박(7.9%) △식료품·비주류음료(6.5%) 등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값이 저렴해 청년층이 줄 서 왔던 컵밥 거리 등 청년 밥집의 물가도 상승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A씨(24)는 자주 찾던 노량진 컵밥집의 컵밥 가격이 3500원에서 500원 올랐다며 "취업 준비만 하는 데도 물가 상승을 체감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이어 "식비 같은 필수적인 고정 지출을 줄이고자 컵밥을 애용했는데 이마저도 가격이 올라 한숨만 나온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병행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취업·이직 등에 필요한 각종 시험 응시료까지 올랐다. 지난 2일부터 토익 스피킹 응시료는 당초 7만7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9.0% 상승했다. 이외에도 HSK IBT는 지난 3월부터 5급 기준 응시료가 9만5000원에서 11만원으로 15.7% 상승했으며, IELTS는 지난 4월부터 일반 기준 26만8000원에서 27만3000원으로 3% 올랐다.

청년 밥집, 시험 응시료 등까지 오른 가운데 지출을 줄이기 위한 대책 강구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취약한 청년층 사이에서는 자구책을 강구하는 이들도 나온다. 온라인 중심으로는 '무지출' 인증샷을 공유하거나, '절약 브이로그', '일주일 무지출 챌린지' 등의 영상이 인기를 끄는 등 '알뜰 소비법'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 서로 '도시락 싸기', '냉장고 파먹기', '앱테크' 등의 절약법을 소개하고 실천하며 지출을 줄여나가는 식이다.

강서구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윤모씨(28)는 "처음엔 무지출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하다 보니 의식적으로 아끼는 습관이 드는 것 같아 좋다"며 "일주일에 2번은 무지출 데이를 지키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도시락 싸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냉장고에 식재료들을 쌓아 놓던 습관이 고쳐져서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 하반기에 물가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월 대비 0.7%라는 6월 물가 상승속도를 감안할 때 7%대 물가를 배제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글로벌 공급 차질로 국내 물가 오름세 심화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민생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추가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탐사부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