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인류가 역사상 가장 멀고 깊숙한 우주를 들여다 봤다."
태초 우주의 비밀과 외계 생명체 존재를 밝혀 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마침내 첫 ‘작품’을 내놨다. 사상 최초로 우주 탄생 초기인 135억년 전 생성된 은하계를 관측된 사진이다. 인류가 새로운 눈을 떴다는 평가다.
◆46억 광년 떨어진 은하단 촬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사전 공개 행사를 갖고 JWST가 촬영한 첫번째 이미지를 직접 공개했다. 캐멀라 해리스 부통령까지 총출동한 대대적 축하 이벤트였다. 이 이미지는 JWST가 지름 6.5m의 주경을 이용해 지구에서 46억 광년 떨어진 SMACS 0723 은하단을 촬영한 사진이다. 이 은하단은 중력이 강해 우주대폭발(빅뱅) 직후 발생한 초기 우주의 빛을 확대하고 휘게 하는 이른바 ‘중력 렌즈’ 역할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이미지에는 거대한 은하 수천개들이 마치 모래처럼 흩뿌려져 있는 모습이 관측된다. 각각의 은하들이 수천억개의 별들로 구성돼 있다. 일반인이 보면 그냥 ‘별 사진’이구나 하겠지만 천문학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강성주 국립과천과학관 천문학 박사는 "기존에도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같은 은하단을 촬영한 것이 있지만 드문 드문 보였던 것들이 뚜렷하게 이미지화됐으며 SMACS 0723 은하단의 뒷 편으로 최소 수천배 이상의 은하들이 더 찍혀 있다"면서 "빨간색이 짙을 수록 빅뱅 후 얼마 안 돼 생성된 초기 은하들로 보인다. 이는 인류 사상 최초의 업적"이라고 설명했다.
◆135억년전 은하계 관측
빌 넬슨 미 항공우주국장(NASA)도 "우리 우주의 나이가 138억년인데 135억년 전에 생성된 은하계가 관측된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백사장의 모래 한 알을 손으로 집어서 팔을 뻗었을 때 만큼 보이는 크기의 우주를 관측했을 뿐이다. 우주가 얼마나 크고 먼지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고해상도 이미지를 확대하면 은하들의 내부 구조도 뚜렷하게 보인다. 사진 속 휘어지고 구브러진 빨간색 구체들은 강력한 중력으로 빛이 휘어지는 중력 렌즈 현상 때문이다. 빛이 크로스되는 현상(스파이크)이 뚜렷한 물체들은 비교적 지구 가까이에 위치한 별들이다. 하얀색 구체들이 SMACS 0723 은하단에 속해 있는 은하들이다. 빨간색 구체들의 경우 SMACS 0723 은하단이 아니라 더 먼 곳에 위치한 다른 은하들이다. 거리에 따라 색깔 농도가 다르다. 가장 짙은 색 구체들이 초기 우주에 생성된. 즉 지구에서 약 135억 광년 떨어진 곳의 은하들로 분석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역사적인 날"이라며 "미국이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번 이미지는)누구도 간 적이 없고 본 적이 없는 것을 관측한 것"이라고 자축했다. NASA도 "지금까지 촬영된 것 중 가장 먼 우주의 선명한 적외선 이미지"라며 "JWST의 근적외선 카메라 (NIRCam)로 총 12.5시간 동안 다양한 파장의 이미지로 구성된 합성물"이라고 밝혔다. NASA는 이어 다음날 오전 10시(한국 시간 12일 오후11시)부터 추가 이미지 4장을 공개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0일 남반구 별자리인 용골자리 대성운 등 5개의 공개 대상 목록도 사전 공표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JWST는 미국, 유럽연합, 캐나다가 합작해 2021년 12월25일 발사했다. 제작비만 100억달러(약 13조원) 가량 투입됐다. 지름 6.5m가 넘는 주경으로 넓이가 허블우주망원경의 7배다. 훨씬 더 많은 빛을 모을 수 있어 관측 성능은 100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허블망원경이 파장이 짧은 가시광선 위주였던 반면 JWST는 파장이 긴 적외선 관측용이다. 지금까지 어떤 망원경보다도 더 먼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JWST가 중간 크기의 블랙홀, 우주 팽창 속도 등 천문학과 우주연구에서 그동안 연구가 어려웠던 분야에 새로운 관측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빅뱅 직후 우주 생성 초기 신호를 포착하고 외계행성과 외계 생물체도 조사 임무도 맡았다. 목표 수명은 10년, 최대 20년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