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감이 커지면서 치솟던 국제유가가 급락한 가운데 투자은행들의 유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씨티그룹은 "올해 말 배럴당 6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반면, 골드만삭스는 "배럴당 14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8.2%(8.93달러) 떨어진 99.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5월11일 이후 거의 두 달 만이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9월물 브렌트유는 9.45% 급락한 배럴당 112.77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5월10일(102.46달러) 이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 유가가 크게 내려간 것은 향후 경기 침체 혹은 둔화가 예상되면서 에너지 수요도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씨티그룹도 유가 폭락을 경고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씨티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수요를 마비시키는 경기 침체가 닥치면 원유가 올해 말까지 배럴당 65달러로 폭락하고 2023년 말까지 45달러로 폭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세계 경기 침체로 실업 증가, 가계 및 기업 파산이 잇다를 경우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골드만삭스의 제프 커리 원자재 글로벌 책임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커리 책임자는 현지시간 5일 CNBC를 통해 "원자재 가격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의해 움직인다"며 "미래 약세에 대한 우려로 매도한다면, 이는 공급을 줄여 오히려 긍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끝나려면 멀었고 공급은 여전히 매우 부족하다"며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앞서 JP모건 애널리스트들도 "러시아가 하루 500만 배럴을 감산한다면 유가가 380달러까지 폭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자사 고객에게 보낸 서한에서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이 합의한 '유가 상한제'에 대해 러시아가 보복 감산 나설 확률이 높다면서, 러시아가 원유 생산을 줄일 경우 국제유가가 현재의 3배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했다.
이같이 투자은행들이 상반된 유가 전망을 내놓은 건 원유 공급 부족이 현실화할 수도 있는 상황에 경기침체 등 변수도 여전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경제 제재의 일환으로 올 연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의 90%를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이로 인해 에너지 수급 위기에 시달리고 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기존에 합의한 생산량(64만8000 배럴)을 유지하기로 했다.
경기침체 가능성은 유가 하락에 힘을 싣는다. 최근 미국에서 경기침체의 신호로 여겨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등 경제성장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