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변제금서 주식·가상화폐 투자 손실금 제외'…서울회생법원 준칙 논란

가상화폐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7일 서울 빗썸 강남 고객센터 시세 현황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나오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서울회생법원이 이달부터 채무자가 갚을 돈을 산정할 때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을 제외하기로 업무 기준을 마련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이달부터 '서울회생법원 실무준칙 제408호'를 시행하면서 "변제금 총액을 정함에 있어 손실금 액수나 규모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변제금이 아닌 '청산가치'를 정할 때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준칙은 "채무자가 주식·가상화폐에 투자해 발생한 손실금은 채무자가 파산하는 때 배당받을 총액을 산정할 때 고려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개인회생절차에는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이 있다. 채무자가 파산할 때 채권자들이 배당받을 총액인 청산가치보다 개인회생절차를 통해 갚을 수 있는 총액(변제액)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채무자가 회생절차를 밟음으로써 파산할 때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채권자들에게 갚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1000만 원의 재산을 보유한 A씨가 1억 원을 대출받아 가상화폐에 전부 투자했다가 가치가 100만 원으로 폭락했다면 이번 준칙에 따라 A씨의 청산가치는 1억1000만 원이 아니라 1100만 원이 된다.

법원은 현재가치를 기준으로 그가 갚을 수 있는 총 변제액이 청산가치인 1100만 원보다 높다고 판단되면 회생계획을 인가한다. A씨는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액만 갚으면 나머지 빚을 탕감받는다.

하지만 서울회생법원의 이 준칙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빚을 내 가상화폐 등에 투자한 사람을 왜 법원이 나서서 구제해주느냐는 것이다.

가상화폐처럼 변동성이 큰 자산에 투자하지 않았거나 자신의 재산 한도 내에서만 투자해 손해를 스스로 감당하는 사람들로서는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또한 채무자가 회생계획을 인가받은 뒤 보유한 가상화폐의 가치가 오르더라도 채권자가 이를 환수할 수 없다는 부분도 비판 받는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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