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호기자
세종=김혜원기자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세종=김혜원 기자] 현대차·기아의 일부 완성차 생산 라인이 멈춰선 것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심화되면서 지난 3월에 일부 생산라인이 일시 중단한 데 이어 화물연대 파업으로 부품 공급이 안돼 가동을 멈췄었다. 이번에는 화물연대 파업 후유증으로 1차 협력사의 납품 중단까지 덮치며 일부 공장의 생산라인을 세울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난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파업에 따른 후폭풍이 다른 완성차업계에도 가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티아이오토모티브는 지난달 29일 현대차·기아 섀시부품구매 및 개발팀에 연료탱크 공급 불가를 알리는 공문을 보냈다. 이 업체는 "지난 24일에 이번 주 20% 감산, 차주 30% 감산에 대해 양해를 요청했으나 실제 서열에 반영이 안됨에 따라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라인을 완전히 가동 정지한 것이 아닌 해당 부품이 들어가는 차량에 대한 ‘공행거’(생산조정)를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생산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부품 수급에 차질이 오랜 시간 지속된 상황이라 생산 차질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달 화물연대의 7일간 파업으로 현대차 울산공장 5개라인 생산라인에서 하루 평균 300여대, 일주일간 2000여대의 차량생산 차질을 빚었다. 업계에서는 누적 피해액이 3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완성차업계의 가동 중단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20년 중국산 와이어링 하네스 부족을 비롯 올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산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이 중단되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생산 지연 문제에 신음했다. 더 큰 문제는 원자재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 차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출고는 반도체 수급 문제로 12~18개월 가량 길어진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같은 인기 차종은 주문하면 1년 이후에나 받을 수 있다"며 "이 기간은 차량용 반도체를 주문 후 공급까지 걸리는 시간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현대차·기아의 생산 중단을 불러온 연료탱크의 경우 주로 하이브리드 차량에 탑재하는 차량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생산 중단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출고가 더 늦어 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완성차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완성차 산업은 환율이 오르면 매출도 오르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완성차업체들은 버틸 수 있지만 원자재를 가공해 납품하는 부품업계가 힘들어진다. 부품업계가 충격을 크게 받으면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물가 상승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5월 12일~6월 2일 전국 570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250개 기업들 모두가 원재료 가격 상승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중 60%는 원재료가 1년만에 20% 미만 올랐다고 봤고, 20% 이상 올랐다고 답한 곳도 40%에 달했다.
특히 응답업체의 과반 이상이 우크라이나 사태가 ‘올해 말까지’(60%)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내년 이후’(41%)까지 내다보는 업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세종=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