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기자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여행 수요가 늘고 있다. 다만 여행 관련 공급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한 탓에 항공권과 숙박을 예약하려는 일종의 '예약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비교적 저렴한 국내 여행을 택하거나 아예 휴가를 포기하는 이른바 '휴포족'이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여행 수요는 최근 폭증하고 있다. 10명 중 9.7명이 올해 여행을 떠나겠다고 마음먹었을 정도다. 숙박·액티비티 플랫폼 '여기어때'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7.3%가 올해 여름 휴가를 떠나겠다고 답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76.2%)보다 21.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다른 조사에서도 급증한 해외 여행 수요를 확인할 수 있다. 21일 호텔스닷컴이 설문조사기관 원폴에 의뢰해 지난 1~9일 18~45세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여행객 86%가 '3개월 이내로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해외 항공권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 됐다. 지난 2일 인터파크투어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 항공권 예약건수는 전월보다 74% 뛰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에 비해 1533.7% 폭증한 수치다. 특히 이달 초 해외 관광객 입국에게 빗장을 푼 일본은 전월보다 항공권 예약건수가 289.7%, 인기 여름 휴양지인 동남아 지역의 항공권 예약건수는 135% 치솟았다.
국내 여행 수요도 크게 늘었다. 해외 여행을 떠나는 대신 비교적 저렴한 국내 여행이나 호캉스(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21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제주를 찾은 입도객은 86만9706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4만3400여 명이 제주를 찾은 셈이다.
제주뿐 아니라 부산, 강릉 등 여름 인기 휴양지는 사정이 모두 비슷하다. 최근에는 해운대·기장 등 해안가에 위치한 특급호텔들의 바다 전망 객실 성수기 이용료가 하룻밤 평균 80만원을 넘기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호텔에 있는 각종 커뮤니티 시설 이용료를 포함하면 하루 숙박비가 100만원을 웃도는 금액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좋은 여행상품을 선점하려는 이른바 '예약 전쟁'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22일 여기어때가 상품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숙소의 경우 전년 대비 예약 거래액이 3.7배 증가했고, 이용 시점보다 52.3일 전에 예약이 완료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3.5일 빨라진 것으로, 여름 성수기에 숙박 수요가 몰리면서 원하는 상품 이용을 위해 예약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 보니 여름 휴가를 미루거나 '집콕'을 택하는 이들도 나온다. 김모씨(25)는 "코로나가 끝나면 해외여행을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거리두기가 끝나게) 되니까 가기가 어렵다. 직장에선 하계 휴가철에 연차 소진하라고 하는데 숙박 예약이나 항공권은 다 예약이 차 있더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성수기가 지난 뒤 가을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