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권해영기자
[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2024년 말까지 전월세값을 5% 이내로 인상하는 '상생 임대인'은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않아도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오는 8월 '임대차 3법' 시행 2년을 맞아 그동안 전월세를 5% 넘게 올리지 못한 집주인들이 한꺼번에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게 돼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질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상생 임대인에게 파격적인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전 정부가 집주인의 임대료 인상을 강제로 제한해 전월세값 상승 요인을 누적시켰다면 새 정부는 집주인에게 '당근'을 제시해 민간 임대차 물량 출회를 유도, 전월세 시장 안정화에 나서려는 모습이다.
정부가 21일 발표한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 및 3분기 추진 부동산 정상화 과제'에 따르면 직전 계약 대비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려 새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상생 임대인의 경우 조정대상지역 양도세 비과세 요건인 실거주 2년을 모두 채운 것으로 간주한다. 현행은 실거주 인정 기간이 1년 뿐이라 반쪽짜리 혜택에 그치는데 이를 2년으로 늘리는 것이다. 실거주를 한 적이 없는 집주인이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고 들어와 살면서 임대 물량이 줄고,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실거주 2년을 채운 것으로 간주되면서 상생 임대인은 훗날 집을 팔 때 최대 80%에 이르는 1세대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혜택도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장특공제는 1가구 1주택자의 주택 보유·거주 기간에 따라 양도세를 보유 40%, 거주 40% 등 최대 80%까지 공제하는 제도다.
상생임대주택 인정 요건도 대폭 완화된다. 지금은 임대 개시 시점에 1세대 1주택자여야 하고, 집값도 공시가격 기준 9억원 이하여야만 상생임대주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월세 계약 당시 집주인이 다주택자여도 훗날 임대주택을 팔 때만 최종적으로 1세대 1주택인 경우에는 2년 거주 요건을 채우지 않아도 양도세 비과세·장특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임대주택 가격 요건도 완전히 폐지된다.
정부 관계자는 "임대차 가격 인상 자제 유도 및 양도세 실거주 의무 충족을 위한 자가 이주 과정에서 연쇄적인 임차인 퇴거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상생 임대인 지원 확대는 제도 첫 시행일인 지난 2021년 12월20일 이후부터 오는 2024년 12월31일 중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건에 대해 적용된다. 정부는 다음달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무주택 전월세 거주자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세제 혜택도 확대한다. 정부는 무주택 세대주가 부담하는 월세액 세액공제율을 ▲총급여 7000만원 이하 현행 10%→15% ▲총급여 5500만원 이하 현행 12%→15%로 상향한다. 올해 월세액부터 적용 예정이다. 세액공제 한도는 연간 750만원으로 지금과 같다.
전월세 보증금 대출 원리금 상환액도 현재 연간 300만원 한도로 40%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한데, 정부는 공제한도를 400만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서민 임차인에게 지원하는 저리 융자인 '버팀목 전세대출' 지원 대상도 확대한다. 현재는 수도권 기준 보증금 3억원 이하 주택에 최대 1억2000만원을 대출해 주는데 앞으로는 이를 각각 보증금 4억5000만원 이하 주택, 최대 1억8000만원 대출로 변경해 지원 대상과 대출 한도를 늘릴 예정이다.
이 밖에 임대주택 양도시 법인세 추가 20% 과세 면제를 위한 주택가액 요건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한다. 10년 이상 임대한 건설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 특례시한도 올해 말에서 오는 2024년 말까지 연장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8월부터 2년전 임대차 2법에 따라 임대료를 5% 이하로 인상한 전세계약들이 순차적으로 만료되고, 가을철 계절 수요도 중첩됨에 따라 이사를 앞둔 임차인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세제, 금융 지원과 공급 확대 등을 통해 하반기 임대차 시장 불안 요인에 선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임대차 3법과 관련해서는 시장혼선 최소화, 임차인 주거 안정 기여 등을 종합 감안하여 합리적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한 과제는 지속 발굴하고 신속히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또한 규제지역 내 신규주택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기존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처분·전입 요건도 개선한다.
기존 주택 처분기한을 종전 6개월에서 2년으로 완화하고, 신규 주택 전입 의무는 폐지한다. 기존에 도입된 과도한 대출 규제를 정상화하는 차원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일시적 2주택자 양도세 비과세를 위한 기존 주택 처분 기한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는데 이와 균형을 맞추는 측면도 있다. 오는 3분기 중 은행업감독규정 등 금융업권별 감독규정을 개정해 규제지역 주담대 처분·전입 의무 완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일시적 2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과 균형을 맞춰 기존 주택 처분 의무는 2년으로 완화하고 신규 주택 전입 의무를 폐지했다"며 "전입·처분 의무 개선 시 주택 구매자가 6개월 내 처분·전입 약정 이행을 위해 신규 구매주택으로 무리하게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 방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