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살인 더위'에 '에어컨 빈부격차'…'저소득층 가정에 재앙'

치솟는 물가·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
전기료 걱정에 '공짜 에어컨' 찾기도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 남성이 식수대의 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나예은 기자] 기록적인 더위로 전 세계가 이상 고온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전역을 덮친 폭염에 따른 피해가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NBC 뉴스는 최근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에 있는 구세군회관에 살인적인 더위를 피해 지역 주민들이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메이컨의 이번 주말 최고 기온은 35도를 넘겼고, 다음 주에는 37.7도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메이컨 구세군회관 관리자인 멜리사 화이트는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에어컨이 있는 사람조차도 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구세군에 한 번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사람들조차 냉방시설을 갖춘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주 미국에선 중서부와 남부를 중심으로 폭염 경보·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미국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폭염 영향권에 들었다.

이례적인 폭염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폭염에 따른 피해는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솟는 물가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빈부에 따른 온도 격차를 유발하고 있다고 NBC 뉴스는 지적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해 가정용 전기의 평균 단가는 1년 전보다 약 4%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지원관리자협회(NEADA)의 마크 울프 사무국장은 "중산층 가정에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그들은 더 높은 휘발유 가격, 더 높은 가정용 에너지 가격, 더 높은 겨울 난방비로 타격을 받고 있다. 저소득층 가정에 이것은 재앙과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폭염에 지친 미국 건설노동자들. /사진=EPA연합뉴스

같은 도시에서도 저소득층 주민은 더 심한 폭염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미국 카운티의 76%에서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4~7도가량 높은 온도에 노출된다"고 밝혔다.

인종별로도 라틴계 밀집 지역이 비라틴계 지역과 비교해 약 7도가량 높은 기온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은 에어컨이 없거나 있더라도 전기료가 부담스러워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NBC 뉴스는 살인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냉방에 접근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의 공중 보건 및 재난 센터의 책임자인 데이비드 아이젠먼 박사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로스앤젤레스 내에서도 흑인과 라틴계 밀집 지역이 백인 밀집 지역보다 18% 가까이 높다"고 지적했다.

NBC 뉴스는 기후 변화의 결과로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면서 이러한 불평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울프 NEADA 사무국장은 "냉방 시설은 30∼40년 전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사치품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예은 기자 nye870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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