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진법조전문기자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경북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발생한 '3세 여아 사망'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결론이 16일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오전 10시 15분부터 미성년자약취 및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석모씨(49)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석씨는 사건 발생 당시까지 숨진 피해 아동의 외할머니 행세를 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친모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석씨는 2018년 3월 31일 오후부터 다음날 아침 사이 구미의 한 산부인과의원에서 친딸인 김모씨(23·복역중)가 출산한 아이와 자신이 출산한 아이(숨진 3세 여아)를 바꿔치기해 딸의 아이를 어딘가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석씨는 3세 여아가 숨진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기 하루 전인 지난해 2월 9일 딸이 살던 빌라에서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상자에 담아 옮기다가 그만둔 혐의도 받았다.
석씨는 수사 과정에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줄곧 자신의 출산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딸 김씨가 구속된 후 지난해 2월 구미경찰서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타액을 이용한 유전자검사 방법에 의한 친생자 확인 감정 결과 '딸 김씨와 숨진 여아 사이의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며 동일모계 관계로 확인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구미경찰서는 다시 국과수 부산과학수사연구소에 석씨의 타액을 포함해 감정을 의뢰했고 'STR 유전자형 분석' 결과 석씨와 숨진 여아 사이에 99.9999% 이상의 확률로 친자관계가 성립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감정 결과에도 석씨가 계속 출산 사실을 부인하자 경찰은 지난해 3월 석씨의 손톱과 모발, 구강상피세포를 이용해 다시 국과수 대구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고, 역시 같은 결과가 나왔다.
감정은 재판 과정에서도 한 차례 더 이뤄졌다. 1심 재판을 맡은 대구지법 김천지원의 의뢰로 대검찰청 DNA·화학분석과에서 실시한 감정 결과 석씨와 숨진 여아의 친모일 확률은 99.9999998%인 반면, 김씨와 여아 사이는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4차례에 걸친 감정 결과를 토대로 석씨가 숨진 여아의 친모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2017년 7월 1일까지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 꾸준히 생리대를 구입해온 석씨가 2018년 7월까지 생리대를 구입하지 않은 점 ▲2017년 7월 가슴축소브래지어나 보정속옷 등을 구매한 점 ▲종종 이용하던 대중목욕탕을 2017년 8월 6일 이후로는 이용하지 않은 점 등을 석씨가 2017년 7월부터 2018년 3월 사이 임신을 한 상태였다는 사실을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들로 인정했다.
석씨 측은 재판에서 설사 석씨가 출산을 했다고 해도 어떤 동기와 방법으로 여아를 약취했는지에 대해 검사의 증명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이 공소사실에 대해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고 사라진 피해자의 행방을 알 수 없으며 목격자의 진술이나 범행 장면이 찍힌 CCTV 등과 같은 객관적·직접적 증거가 전혀 없는 사건에서, 피고인만이 알고 있거나 피고인이 감추고 알려주지 않는 범행 전후의 연결고리까지 빠짐없이 증명할 것을 요구한다면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통한 형벌권의 정당한 행사를 도외시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므로, 범행의 세부적 경위나 방법까지 전부 증명돼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여아 바꿔치기가 존재한다고 보는 이상 그것이 피고인에 의해 이뤄졌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범행동기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이 부분 범행의 동기가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자신이 출산한 딸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었던 마음과 불륜사실을 남편에게 감추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딸이 출산한 아이보다 자신이 출산한 아이를 더 가까이에 두고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자신이 출산한 아이를 자신의 딸로 하여금 양육하게 하려고 바꿔치기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실제로 딸 김씨는 퇴원 후 피고인의 제안으로 이 사건 여아와 함께 피고인의 집에서 함께 머물다가 피고인의 집 위층으로 이사했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은 2019년 1월 말경까지 남편과 10년 넘게 성관계를 하지 않았는데,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인해 남편에게 불륜사실이 드러날 것이 두렵고 출산을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양육할 수 없음을 염려해 딸로 하여금 자신이 출산한 여아를 양육하도록 하려고 위와 같은 바꿔치기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1심 재판부는 석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양형 이유와 관련 재판부는 석씨가 ▲사체은닉미수 범행에 대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여아의 사망사실이 알려질 경우 자신의 딸 김씨가 처벌받게 되고, 결혼식을 앞둔 첫째 딸에게도 피해가 갈 것이 걱정돼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이는 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반면 ▲태어난 지 단 하루밖에 되지 않아 친모의 보살핌이 반드시 필요하고 자신의 의사나 감정을 표현조차 할 수 없는 신생아를 그것도 자신의 친딸이 출산한 아이인데도 산부인과에 침입해 몰래 여아 바꿔치기를 감행한 점 ▲더욱이 김씨가 양육하던 자신의 친딸이 사체로 발견되자 이로 인해 자신의 바꿔치기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그 사체를 매장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는 점 ▲이러한 바꿔치기로 인해 이 사건 여아를 자신의 친딸로 오인하고 짧지 않은 기간 이 사건 여아를 양육했던 보호자들이 상당한 허탈감과 배신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현재는 피해자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인 점 등을 언급하며 재판부는 "범행의 죄질이 심히 불량하고 비난가능성도 매우 크다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자신이 범행을 자백할 경우 피해자의 행방에 따라 더 큰 처벌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움직일 수 없는 과학적 증거가 있는데도, 출산사실을 포함해 미성년자약취 범행 일체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며 "이러한 피고인의 반성 없는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앞으로도 사라진 피해자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고, 피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난무하게 돼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피고인이 사망한 여아의 친모라는 사실은 유전자검사와 같은 과학적 증거방법이 없었다면 결코 진실로 받아들여질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 사건 범행이 세간에 알려짐으로 인해 수많은 국민들에게 크나큰 충격과 분노를 안겨줬을 뿐만 아니라, 사라진 여아의 행방을 찾기 위해 엄청난 수사력이 동원돼 사회적으로도 큰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피고인은 건전한 상식과 가치를 가진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범행동기를 가지고 자신의 친딸과 친딸의 친딸을 바꿔치기 한 것도 모자라 외할머니 행세를 하는 전대미문의 비상식적 행각을 벌였는바, 이러한 피고인의 범행에 대하여는 냉정하면서도 준엄한 법의 심판이 내려져야 함이 마땅하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2심 재판부 역시 이 같은 1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 석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한편 실제로는 동생이었던 아기를 자신이 낳은 딸로 알고 키우다 방치해 숨지게 한 석씨의 딸 김씨는 2심까지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뒤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