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어망에서 의류용·산업용 재생 나일론 뽑는다

[인터뷰]정택수 넷스파 대표, 버려지는 폐어망 50% 처리 목표
"글로벌 시장에서 재생소재 특화기업으로 인지도 높이며 성장할 것"

정택수 넷스파 대표. [사진=김종화 기자]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넷스파는 바다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대표적인 해양폐기물인 폐어망을 수거·가공해 재생 나일론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국내에서 연간 4만4000t의 폐어망이 버려진다. 그러나 고작 10%인 4400t 가량이 수거된다. 넷스파는 수거된 폐어망의 60%를 ‘재생 나일론’으로, 나머지 40%는 금속이나 세라믹을 대체할 수 있는 고성능 플라스틱 소재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재생 나일론은 섬유회사에서 의류용 장섬유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화학기업에서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을 만드는 원료로 재탄생하게 된다.

폐어망은 나일론(PA6),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 합성섬유만으로 구성돼 있다. 첨가물이 다량 함유된 다른 폐기물과 달리 단일 소재들로만 구성돼 재활용 가치가 높은 폐기물 중 하나다. 일반적인 폐기물이 환경오염의 원인이어서 재활용의 수순을 밟는다면, 폐어망은 그 자체로 재활용의 가치가 높기 때문에 재활용 소재로 인기가 높다는 의미다. 다만, 수거되는 폐어망의 양이 적은 데다 재활용 과정이 쉽지 않아 진입장벽이 높다.

넷스파가 자동 분리 기술을 개발하기 이전에는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나일론과 폴리프로필렌(PP), 폴레에틸렌(PE)을 선별해야 했다. [사진제공=넷스파]

나일론 등 주요 성분을 분리하는 공정과 기술이 폐어망 재활용 산업의 핵심이다. 수거한 폐어망에 붙은 따깨비와 각종 유기물을 세척, 잘게 파분쇄한 후 각 성분별로 분리·가공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성분별로 자동으로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 유럽이나 선진국에서도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수작업으로 선별작업을 해야 했다.

넷스파가 아주 잘게 파분쇄된 각 ‘폴리머(Polymer)’의 특성차를 이용해 자동으로 선별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글로벌 재생 나일론 시장에 혁신을 가져왔다. 정택수 넷스파 대표는 현대중공업에서 환경안전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친환경 의류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서른 한 살의 나이에 ‘리들리’라는 지속가능패션 브랜드를 창업했다. 정 대표는 "친환경 의류사업을 창업했는데 친환경 나일론 소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알고 차라리 우리가 만들어서 국내시장에 공급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창업의 계기를 설명했다.

넷스파 창업을 위해 폐어망에 대한 현장조사 등을 거쳐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를 통해 폐어망 각 성분의 구분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었고, 기계화 작업에 성공하면서 특허출원도 완료했다.

넷스파가 '펠릿' 형태로 가공한 폐어망. [사진제공=넷스파]

넷스파는 2020년 12월 설립돼 지난해 시제품 제작단계(파일럿단계)임에도 효성티엔씨 등 주요 고객사를 확보했다. 넷스파는 재생 나일론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펠릿(Pellet)’으로 만들어 고객사에 공급한다. 지난해 176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3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벤처캐피탈 TBT와 마그나인베스트먼트, 임팩트스퀘어 등으로부터 3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도 유치했다.

시제품을 납품받은 고객사들의 품질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다음달 중순 양산 설비가 완공되면 연간 폐어망 처리능력이 현재의 2600t에서 4000t 이상으로 늘어난다. 정택수 넷스파 대표는 "넷스파의 기술이 대단한 하이테크 기술은 아니지만 주요 공정의 기술적 운영 노하우 등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면서 "전세계적으로 태동하고 있는 시장이고, 국제적인 관심도 커 성장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의 직접적인 투자를 통해 개발도상국에 직접 공장을 세우거나, 환경 비정부단체(NGO)와의 협력을 통한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폐어망으로 인한 환경문제가 심각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우선 검토 대상이다. 정 대표는 "수년내 국내에서 버려지는 폐어망의 50% 정도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재생소재 특화기업으로 인지도를 높이며 성장해 나가겠다"고 자신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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