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준형기자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정부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전문 인재 육성에 나섰다. 원자력발전 강화 정책을 추진하려면 방폐물 관리를 전담할 고급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방폐물 처리장을 만들기 위해 이르면 다음달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도 발의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오전 서울대에서 '고준위방폐물 관리 융합대학원' 현판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2022년 에너지인력양성사업'을 통해 서울대에 방폐물 전문 인력을 양성할 융합대학원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원자핵공학과 등 서울대 4개 학과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정부는 융합대학원에 매년 10억원 안팎의 국비를 지원하고 향후 5년간 석·박사급 방폐물 전문 인력 65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정부가 방폐물 인재 육성에 나선 건 방폐장 구축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방폐장은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시설로 일종의 '화장실' 역할을 한다. 원전 가동률이 높아질수록 방폐장도 더 많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국내에 제대로 된 방폐장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당초 정부는 1980년대부터 방폐장 부지 확보에 나섰지만 주민 반대에 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이에 국내 원전은 임시저장시설(맥스터)에 방폐물을 보관하고 있다.
맥스터로 향후 사용후핵연료 배출량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콘크리트 건축물인 맥스터는 보관량이 한정된 데다 저장 방식도 완전하지 않다.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은 지하 300~1000m 깊이 암반에 영구저장시설을 만드는 심층처분 방식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가장 적절한 사용후핵연료 보관법으로 영구처분 방식인 심층처분을 꼽고 있다.
방폐장 구축이 '원전 최강국'을 기치로 내건 윤석열 정부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된 이유다. 정부 목표대로 원전 발전비중을 30~35%로 끌어올리려면 중간저장시설을 거쳐 영구저장시설을 구축하는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원전 발전량을 높일수록 사용후핵연료도 덩달아 늘어나지만 맥스터 용량은 이미 한계치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31년 고리·한빛 원전을 기점으로 한울, 신월성 원전 등의 맥스터가 순차적으로 포화된다.
정부는 방폐장 구축을 본격화하기 위해 이르면 다음달 특별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방폐장 구축의 절차, 방식, 일정 등을 규정하는 게 특별법 골자다. 통상 정부입법보다 법안 처리 속도가 빠른 의원입법을 통해 발의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특별법이 올 하반기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내년 방폐장 부지 선정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로드맵상 방폐장 구축에 약 37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부터 방폐장 부지 선정 작업에 돌입해도 일러야 2060년께 방폐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EU택소노미는 원전을 녹색투자로 분류하려면 2050년까지 방폐장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했다"면서 "방폐장 구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면 연내 국회 통과가 이상적인 방향"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