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쿠콘은 기업들의 '데이터 쇼핑몰'이다. 우리가 잘 아는 토스·카카오페이·핀다·뱅크샐러드·현대카드·BC카드 같은 금융업체들이 쿠콘의 대표적인 고객사들이다. 쿠콘에서 취급하는 데이터는 소득정보(건강보험공단·국민연금공단·국세청 제공), 은행계좌(국내 전 은행 제공) 보험(신용정보원 제공) 같은 개인정보와, 자동차 구매보조금, 국내 법인카드 정보, 기준시가 정보를 포함한 기업정보다.
쿠콘은 이 데이터들을 레고블럭 조각들처럼 주고받는 방식을 표준화 한, '표준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규격화 된 정보교류 방식 덕에 어느 기업이든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쉽게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쿠콘이 다루는 데이터만 5만여개, 이 데이터를 분류해 모아놓은 API 상품은 총 250여개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데이터 사업 좀 한다'는 회사들은 모두 쿠콘의 고객사다.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 쿠콘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난 김종현 쿠콘 대표는 "우리에게 데이터를 제공받는 기업들이 1800개정도 되는데 우리가 데이터를 제공해서 핀테크나 금융 회사들의 데이터 서비스가 활성화 되고 있다"며 "데이터 활용량이 점점 많아질수록 고객사도 성장하고, API 도입비와 데이터 사용 수수료를 받는 우리도 성장하는 윈윈 관계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3년 후면 국내 마이데이터 산업에 해외 못지 않은 괜찮은 차별화된 서비스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민트같은 마이데이터 기업은 10년 가까이 서비스를 해왔고, 우리나라는 마이데이터를 시작한지 5개월밖에 안된데다 아직 금융 데이터만 오픈한 상황"라며 "곧 금융에 의료를 합친 마이데이터 서비스 같은 차별화된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핀테크 회사와 금융기관, 대기업들까지 합치면 총 1000여개의 국내기업을 마이데이터의 잠재적인 사업자로 봤다.
쿠콘을 통해 여러 금융사 정보가 서로 보완돼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수준을 더 끌어올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카드사 가맹점을 상세하게 분류 해놓은 A카드사의 데이터를 쿠콘이 구매해서, B카드사에 쿠콘이 이 데이터를 판매하는 식이다. B카드사는 A카드사의 분류 내역을 바탕으로 고객의 지출 내역을 더 상세히 알수 있다. 김 대표는 "B 카드사는 의류업체에 돈을 썼다는 것만 보여줬다면 A카드사 가맹점 지출 내역을 활용해 옷가게에 갔는지, 신발가게에 갔는지, 액세서리 가게에 갔는지까지 알 수 있다"며 "지금보다 더 세부적인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소상공인들도 마이데이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이데이터가 기업대기업(B2B)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다. 김 대표는 "소상공인들의 마이데이터 수요가 엄청나게 많다"며 "배달앱에서 우리 식당에 얼마나 '좋아요'를 많이 눌렀나, 어떤 댓글이 달렸나, 배달앱에 광고를 했는데 얼마나 효과를 얻었나는 정보들을 분석해서 제공하는 앱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헬스케어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려는 사업자들의 문의도 많다. 쿠콘은 현재 개인의 건강검진·진료·투약내역 같은 개인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얻은 정보들이다. 김 대표는 "헬스케어 기업들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데 이 기업들은 건강기능식품이 주요 수익 모델"이라며 "정부가 주도하는 의료 마이데이터가 나오기 전에 쿠콘 데이터를 활용해 시장을 선점하려고 경쟁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쿠콘은 우리나라 1세대 데이터 기업이다. 데이터 활용이라는 개념도 제대로 잡히기 전인 2006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 당시 계열사 웹캐시에서 '경리나라'라는 경리회계 프로그램 서비스를 하고 있었는데 기업들은 자사 은행 계좌를 한꺼번에 모아서 보기를 원했고, 그래서 쿠콘이라는 데이터 전문업체를 설립한 후 직접 은행들과 접촉해 데이터를 받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돌이켜보면 5년마다 터닝포인트를 맞았다"고 했다. 처음 5년 동안은 돈 벌 생각도 안 하고 은행·증권·보험·카드사 같은 금융기관 데이터를 연결하는 데만 집중했다. 5년 동안 90개 이상 금융사 데이터들이 쿠콘 전용선을 타고 기업 고객들에게 서비스됐다. 김 대표는 "그때는 사업 기반을 닦은 것"이라며 "2010년부터 5년간은 해외로 나갔다"고 했다. 인터넷뱅킹이 널리퍼지던 때였다.
해외 지사를 가진 기업들은 국내 은행 계좌 뿐 아니라 해외 은행 계좌까지 한꺼번에 모아 관리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중국, 일본, 캄보디아 등에 쿠콘의 해외법인을 만들고 그 나라 은행 계좌를 개설한 후 스크린 스크래핑 방식으로 해외 은행 데이터를 수집했다. 5년 동안 40개 국가 2000여개 은행 데이터들이 쿠콘 서버로 들어왔다. 김 대표는 "201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려고 데이터 API스토어를 만들었다"며 "정부 기관들도 데이터 포털사이트를 만들 때 쿠콘사이트를 벤치마킹할 정도"라고 했다.
앞으로는 마이데이터 중계기관으로 자리잡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핀테크 회사들은 물론 대기업까지 쿠콘 같은 데이터 중계기관이 없으면 직접 데이터를 구하고 기업마다 연결해야 해 매우 힘들다"며 "데이터 활용해야 하는 기업들이 쿠콘과 데이터 서비스 제휴를 해서 마이데이터 사업을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비교앱인 '핀다'의 사례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 대표는 "몇 년 전 핀다의 이혜민 공동대표가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쿠콘을 찾아와서 여러가지 데이터들이 필요하다고 찾아왔었다"며 "당시엔 핀다가 스타트업이라 자금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쿠콘의 API 도입비 대신 핀다 지분을 받고, 이후 2년간 핀다가 성장할 때까진 수수료도 매기지 않았다. 쿠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상에 출시된 핀다는 대환대출 서비스 등이 인기를 얻으며 성공한 핀테크 업체로 자리를 잡았다. 김 대표는 "최근에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데이터 지원을 해주고 있다"며 "스타트업과 쿠콘의 상생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