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석기자
[아시아경제 유현석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생산 공장을 새롭게 짓는다.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이 국내 광범위한 연관산업의 성장은 물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현대차그룹은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1일 미국 조지아주에 6조3000억원을 들여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생산 거점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바이 아메리칸 정책 대응=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는 미국 정부의 고강도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전기차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톱티어로 성장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대차그룹은 동시에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이 국내 광범위한 연관산업의 성장은 물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이 현지의 긍정 여론을 형성하고 고객 니즈를 신속하게 반영해 브랜드 신뢰도 제고는 물론, 판매 증가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함께 현지 공장과 함께 미국 제품 공급을 담당하는 국내 공장의 대미 전기차 수출을 증대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완성차 생산이 현지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고 수요를 증가시켜 국내 생산과 수출 증가, 국내 부품산업의 활성화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성장 구조를 형성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경영이 본격화된 2005년의 직전연도인 2004년 대비 2021년 양사의 국내 완성차 생산은 12%, 완성차 수출액은 79%, 국내 고용은 26% 각각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자동차 부품 수출액도 279% 상승했다.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은 ‘제 2의 앨라배마 효과’를 재연할 수 있을 것으로 자동차 업계는 전망했다. 2005년 첫 미국 완성차 공장인 앨라배마공장 가동을 기점으로 대미 완성차 수출액은 큰 폭으로 증대되고 국내 부품산업의 글로벌 진출도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첫 생산 거점인 앨라배마공장은 관세 등 유무형 장벽의 실질적 해소와 함께, 미국 내 브랜드 가치 제고를 이끌며 현지 판매 증대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국내에서 수출하는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쳐, 국내 완성차 수출액도 증가했다. 실제 국내에서 생산하는 팰리세이드 등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프리미엄 제품들이 미국 시장에서 선전했다. 이로 인해 2004년 91억8000만달러(약 11조6500억원)였던 현대차·기아의 미국 완성차 수출액은 지난해 140억달러(약 17조7700억원)로 52% 늘었다.
◆美 전기차 전용 공장은 국내 부품업체에게 기회=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전용 생산 거점은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전동화 전환 대응에 부심하고 있는 국내 부품업체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하면서도 전기차 부품의 국내 생산과 대미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앨라배마공장 건설을 기점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으며 국내에 머물던 중소 부품업체들에게 미국 진출의 길이 열린 바 있다. 현재 40개사가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기아는 물론 현지 글로벌 메이커에도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은 국내 설비업체들의 매출 증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현대차그룹은 공장의 뼈대인 생산설비의 상당부분을 국내에서 공급받는다. 구체적으로 차체 프레스부터 컨베이어, 용접 로봇, 차체 조립 및 운반 관련 주요 설비들뿐만 아니라 프레스에 장착되는 차체 금형도 국내에서 조달된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해외 생산이 국내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우려와는 다르게 오히려 현대차·기아의 국내 생산과 수출액, 고용을 증가시켰다고 강조한다. 해외 생산 거점 구축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05년을 기준으로 직전 해인 2004년 현대차·기아는 국내 공장에서 269만대를 생산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302만대를 생산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12.1% 증가한 수치다. 수출금액 증가폭은 더 컸다. 2004년 203억6000만달러(약 25조8000억원)이었던 현대차·기아 수출액은 지난해 363억8000만달러(약 46조2000억원)로 79% 확대됐다.
국내 고용도 탄력을 받았다. 현대차와 기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기간 양사 직원수는 2만2,000명 늘었다. 2004년 8만5470명에서 지난해 10만7483명으로 26% 증가했다. 국내의 연구·개발(R&D) 기능 강화로 2007년 5931명이었던 국내 현대차 연구직 인원은 2020년 1만1739명으로 97.9% 증가했다.
2004년 국내 자동차 부품의 수출액은 60억1700만달러(약 7조6000억원)였으나 지난해에는 4배가량 증가한 227억7600만달러(약 28조9000억원)의 부품을 수출했다. 또 748개사에 달하는 1·2차 협력업체들이 현대차그룹과 함께 해외에 동반 진출했다. 그 결과 협력업체 평균 매출액은 2004년 979억원에서 2020년 3196억원으로 3.3배, 자산규모는 702억원에서 2612억원으로 3.7배 늘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