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희기자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저지' 발언을 직접 겨냥한 것과 관련 정치권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간 검수완박 법안 입법과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길 자제해 왔으나 한 후보자 발언을 두고는 '부적절하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을 썼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이자 검수완박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온 한 후보자가 신구권력 갈등의 중심에 선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방송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의 대담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 법안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한 한 후보자 발언을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표현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에 오래 몸담았던 분으로서 수사권 분리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거나 충분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할 순 있지만, 이런 식의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손 전 앵커가 '(한 후보자는) 국민 피해를 막겠다는 명분을 얘기한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편하게 국민을 들먹이면 안된다. 국민을 얘기하려면 정말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정의를 특정한 사람들이 독점할 수는 없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 후보자도 검수완박 반대는 '양심의 문제'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 후보자는 대담이 공개된 다음날인 26일 입장문을 내고 "범죄대응시스템이 붕괴돼 국민이 큰 피해를 볼 것이 분명한 '개헌' 수준의 입법이 '국민 상대 공청회' 한번 없이 통과되는 것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현장을 책임지게 될 법무장관 후보자가 몸 사리고 침묵하는 것은 직업윤리와 양심의 문제"라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그간 검수완박 법안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재검토'로 돌아선 과정에선 이준석 대표가 한 후보자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이 대표와의 통화에서 중재안의 문제점과 부작용 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국민의힘이 중재안 재검토를 선언하기 이전(대담 녹화 진행일인 14~15일)에 나온 것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최측근이면서 차기 법무장관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검수완박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에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에 대해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여야의 대화·협의를 강조해 왔다.
민주당은 중재안 거부로 돌아선 국민의힘을 향해 '장관 후보자 전화 한 통으로 공당의 입장이 돌변했다'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비대위 회의에서 "일개 장관 후보자가 전화 한 통으로 국민이 선출한 국민의힘 의원 110명의 결정을 뒤집어놓고 직업윤리와 양심을 거론하니 정말 어이가 없다. 검사로 일하면서 법을 어기고 편법 증여와 위장전입한 한 후보자는 직업윤리와 양심에 맞게 그동안의 잘못을 고백하고 사퇴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 발언에 반발했다. 이준석 대표는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께서도 검수완박 논의에 대해서 신중하게 말씀하셨으면 좋겠다. 너무 선언적인 입장을 가지실 문제는 아니다. 한 후보자는 본인이 수사 검사로서 충분한 경험이 축적된 분이다.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지적을 안 하는 게 직무유기"라며 한 후보자를 옹호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