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미국이 민간인으로만 구성된 우주 여행팀의 국제우주정거장(ISS) 체류 프로그램을 성공리에 마쳤다. 1인당 600억원 가량의 수익을 거둬 본격적인 우주 관광 시대를 연 첫 작품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항공우주국(NASAㆍ나사)을 조롱했음에도 불구하고 ISS에서는 양국이 협력 관계를 유지한 이유가 설명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상 처음으로 민간인 4명의 우주관광객으로만 구성된 Ax-1 미션팀이 탑승한 스페이스X사의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 캡슐은 25일 오후1시6분쯤(미국 동부시간) 미국 플로리다 잭슨빌의 해수면 위에 무사히 착륙했다. Ax-1미션팀은 이달 8일 ISS에 도착해 17일간이나 머물면서 25회 이상의 각종 우주 실험, 유튜브 방송 등 개인적인 프로그램들을 진행했다. 애초엔 지난 19일 귀환할 예정이었지만 기상 상황 등으로 4일이나 더 추가 일정을 보내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Ax-1미션팀은 미국 텍사스 휴스턴 소재 '액시엄 스페이스'사가 구상해 실현한 최초의 민간인 전용 ISS 체류 우주 관광 프로그램이다. 물론 4명의 관광객 중 사령탑 역할은 나사 우주조종사 출신으로 액시엄 스페이스사의 부회장인 마이클 로페즈-알레그리아가 맡았지만, 나머지 래리 코너, 마크 패시, 에이탄 스티베 등 3명은 모두 우주 여행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이었다. 이들 4명은 1인당 약 5500만달러의 '관광 비용'을 지불하고 탑승 자격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도 종종 ISS에 민간인이 체류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일본인 억만장자 2명이 약 11일간 머문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그동안에는 러시아 연방우주국(Roscosmos) 소속 전문 우주비행사가 사령탑을 맡아 비행 전반을 지휘했었다. 지난해 9월엔 스페이스X가 4명의 민간인들만으로 구성된 우주 관광 프로그램 '인스피레이션4' 미션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 미션도 ISS 체류가 아니라 지구 궤도를 3일간 도는 일정이어서 차이가 있다.
이번 Ax-1미션은 또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극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무사히 진행돼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ISS를 공동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데, 자칫 지상에서의 전쟁으로 인한 갈등이 ISS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경우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러시아는 지난 2월 말, 3월 초 연달아 ISS가 바다로 떨어질 수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특히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연방우주국장은 지난 3월6일 돌연 트위터에 ISS에 체류 중인 러시아 우주인들이 같은 달 30일 함께 귀환할 예정이었던 미국 우주인 마크 반데 헤이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그를 남겨 둔 채 로켓을 타고 지구로 귀환해 버리는 '가상 영상'을 올렸다. 미국은 2011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중단한 후 러시아 측에 비용을 지불하면서 ISS 왕복 우주인 운송을 위탁하고 있었는데, 이같은 상황을 악용해 일종의 위협을 가한 셈이다. 러시아 연방우주국측은 또 "(ISS에 올라가고 싶으면) 빗자루를 타고 가라"는 식의 놀림도 서슴치 않았다.
스콧 켈리 등 전직 나사 우주조종사들이 강력 반발해 로고진 국장 등과 SNS에서 설전을 벌였지만, 정작 나사는 이들을 말리면서 저자세를 유지했었다. 나사는 이들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고 말할 권리가 있지만 제발 또 다른 부담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을 알아 달라"면서 "우리의 러시아 파트너들을 공격하는 것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미션에 해를 입히고 있다"고 호소했다. 나사는 그러면서 "미국 정부의 강력한 러시아 제재와 상관없이 ISS에서의 우주 협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입장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나사가 자국 우주조종사의 무사 귀환, 1인당 600억원대의 막대한 우주 관광 수입 등을 감안해 러시아의 '조롱'에도 불구하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액시엄 스페이스사는 올해 말 두 번째 민간인 ISS 체류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며, 2024년 말에는 아예 ISS에 자신들의 모듈을 설치해 민간 우주 관광 전용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