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18일부터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크게 오른다. 최근 1~2년 사이 초저금리 시대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빌려 집을 샀던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주담대 변동금리 상승은 이 금리의 산정 기준인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지난 15일 1.70%(3월)에서 1.72%(4월)로 뛰었기 때문이다. 같은 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50%까지 끌어올리면서 5월에도 코픽스가 추가 상승할 확률이 높다. 다음달 변동금리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정도면 금리공포 수준이에요." 2020년 4월 한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4억원을 받아 아파트를 산 반승연씨(43·가명)는 통장을 들여다보는 게 무섭다. 지난주 코픽스가 오른 뒤 이씨가 18일 기준으로 새로 적용받게 되는 금리는 3.2%. 한 달에 나가는 이자만 106만6667원이 됐다. 반씨는 "작년 4월이랑 비교하면 월 이자만 30만원이 올랐어요. 주변에서 하도 '지금 집을 안 사면 영원히 못 산다'길래 무리해서 샀더니 오르라는 집값은 안 오르고 이자만 늘어났네요"라고 걱정했다.
반씨가 혼합형금리(고정 5년 후 변동)로 대출을 받았다면 상황이 좀 더 나아졌을지 모른다. 2년 전 반씨가 혼합형금리(2.9%)를 선택했다면 5년 동안 월 96만6667원씩 똑같이 이자를 내면 됐다. 대출을 받으려 알아볼 때는 변동금리(2.74%)가 혼합형금리보다 0.16%포인트 낮아서 선택했지만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6개월마다 바뀌는 변동금리는 계속 올라 지금은 혼합형금리를 0.3%포인트나 앞질렀기 때문이다.
앞으로 반씨 같은 처지가 될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다. 한은의 ‘변동·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보면 지난 2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변동금리는 78%인 반면 고정금리는 22%에 그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엔 장기적으로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를 역전하기 때문에 대출 리스크가 더 커진다"며 "영끌족의 연체율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씨의 이자비용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이 후보자는 ‘금리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국회 질문에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도 완화 정도의 적절한 조정을 통해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취약차주의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가계대출 중 취약차주 비중은 줄었지만 대출금리 상승으로 취약차주의 대출 연체율이 증가해 리스크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가계대출 중 취약차주 비중은 차주 수 기준 6.0%, 대출잔액 기준 5.0%였다. 2018년 3분기 각각 7.7%, 6.5%를 찍은 뒤 하락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정부 지원조치가 풀리자 취약차주의 비중이 하락했다. 그러나 이들 취약차주가 비취약차주보다 금리 변동에 민감한 것이 위험요인이다.
취약차주 대출 연체율은 과거 금리 하락기(2019년 2분기~2020년 4분기)에 1.8%포인트 떨어졌지만, 금리 상승기(2016년 4분기~2019년 1분기)에 1.9%포인트 올랐다. 비취약차주는 연체율 변동이 거의 없었다.
자영업 대출만 따로 떼어봐도 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려 빚 부담이 무거워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정의당 장혜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0%포인트 오르면 자영업자가 지불해야 할 이자 부담(작년 말 부채 잔액 기준)이 약 6조4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09조2000억원으로 1년 전(803조5000억원)보다 13.2% 증가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취약차주의 금리 부담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지금 기준금리를 순차적으로 인상하지 않으면 훗날 급격히 올리는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9월까지 대출 상환 유예를 해준 자영업자들 중 갚을 능력이 있는 차주들을 가리려면 빨리 상환을 시작해야 하고, 못 갚는 부실채권은 상각해주는 조치를 취해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