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 공개를 법제화하는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현재 실시되고 있는 자율규제를 법적 규제로 전환하는 것의 적절성 여부다. 이 논쟁을 바라보면, 현재의 자율규제에 대해 몇 가지 심각한 오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첫째, 자율규제를 통해 스스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를 공개하고 있으니, 동일한 내용의 법적 규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자율규제는 자율성과 자발성에 근거하는 것이고, 법적 규제는 타율성과 강제성에 근거하는 것이다.
이미 적용되고 있는 동일한 내용의 자율규제를 법적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논리는 자율규제와 법적 규제의 본질에 대한 몰이해와 무지를 드러낸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해서 국가는 원칙적으로 개입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일정한 공익을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의 기본원칙이다. 법적 규제는 국가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개입하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심판을 통해 기본권 침해 여부를 심사해서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 위헌결정을 통해 무효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자율규제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개입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자율규제의 실효성이 낮으니까 법적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율규제의 실효성 문제는 사실 지금까지 자율규제를 비판하는 가장 핵심적인 논거다. 그런데 규제의 실효성은 법적 규제라고 해서 높아지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집행가능성이 실효성을 좌우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도로교통법을 상정해 보자. 도로교통의 질서유지를 통해서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도로교통법은 도로교통에 대한 전형적인 법적 규제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도로교통을 경험할 때, 교통신호를 위반하는 등 도로교통법상의 금지사항이나 규제사항 위반을 많이 보게 된다. 도로교통법의 준수율이 과연 몇 퍼센트 정도 될까. 법적 규제로 전환된다고 해서, 특히 자율규제의 실효성과 관련해 지적되고 있는 해외 게임물의 준수율이 높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법적 규제라고 해서 해외 게임물에 대한 집행가능성이 완전히 담보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현재 적용되고 있는 자율규제는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자율규제는 준수율이 높은 편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원사의 경우에는 지난해 12월부터 강화된 자율규제강령이 적용되기 이전에는 준수율이 거의 100%에 가까웠고, 이후인 지금 현재도 90%를 훨씬 넘는다. 다만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원사가 아닌 게임사업자의 게임물이나 해외 게임물의 경우 준수율이 60% 정도이기 때문에 전체 준수율이 80% 정도로 산정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그 범위를 자율규제강령 준수의무를 지는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원사로 좁히면, 자율규제의 실효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우 높다.
자율규제는 거시적·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게임산업의 자생력·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예컨대, 세계적인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이 있다고 하자. 명문대 입시에 성공하기 위해서 아무런 창의성 없이 부모에 의해 길들여진 이 예비과학자가 명문대에 입학한 후 일련의 연구과정을 통해서 고도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을까. 게임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 공개 법제화가 게임산업의 자생력·경쟁력을 갉아 먹는 또 하나의 ‘갈라파고스 규제’가 되지 않을까 무척 우려스럽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