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영국·대만 등에서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XE'가 발견돼 국제 과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미크론 변이보다 약 10% 이상 더 빠른 감염 속도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학계는 현재까지의 데이터로 XE의 감염 속도를 확정 지을 수 없다며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다.
XE 변이를 가장 먼저 보고한 곳은 영국 보건안보청(HSA)이다. HSA에 따르면, 지난 1월19일(현지시간) 영국 내에서 XE, XF라는 두 개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이 가운데 XF는 38건 발견됐고, 문제가 되는 XE는 637건 검출했다.
이 새로운 변이들은 '재조합 변이'로 불린다. 통상 코로나바이러스는 증식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변이 바이러스들을 파생시키는데, 재조합 변이는 변이와 변이가 서로 합쳐져 만들어진 새로운 유형의 변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재조합 변이 사례로는 HSA가 보고한 XE, XF와 함께 XD 변이가 있다.
XE는 기존 오미크론 변이를 지칭하는 BA.1과 이른바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알려진 하위 변위인 BA.2가 조합된 것이며, XD·XF는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가 조합된 형태다.
XE 변이가 발견된 나라는 영국뿐만이 아니다. 대만에서는 체코발 입국자를 통해 XE 변이가 최초로 보고됐으며, 이스라엘도 2건의 XE 변이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미크론·스텔스 오미크론 결합된 XE
과학자들을 염려케 하는 것은 XE의 감염 속도다.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보다 훨씬 감염이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스텔스 오미크론은 오미크론보다 40~50%가량 더 빠른 감염 속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변이가 합쳐져 탄생한 XE는 기존 변이 중 가장 높은 감염력을 보유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9일 주간 역학 보고서에서 "초기 연구에서는 XE가 BA.2(스텔스 오미크론)보다 10% 정도 '감염 증가율 우위'를 보였다"며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 HSA는 분석 초기 XE의 감염 증가율이 BA.2와 큰 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난달 16일까지 최신 사례를 모아 분석한 결과 BA.2보다 9.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 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또한 "XE가 BA.2보다 약 10% 더 전파력이 높을 수 있다"라고 추측했다.
◆英 연구진 "아직 감염 수준 결론지을 증거 부족해"
다만 XE의 실제 감염 속도·치명률 등은 아직 예단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XE의 성질을 파악할 표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HSA의 수석 의료 전문가인 수잔 홉킨스 교수는 지난달 25일 "재조합 변이 발생은 (바이러스의 진화 과정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특히 세계적 대유행 기간 중 여러 종류의 변이가 발생하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XE라는 특정한 변이는 구별될 만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이 변이의 진짜 감염 증가율을 파악할 수 없다"라며 "현재까지 감염 수준이나 치명률, 백신 효과 등 구체적인 정보를 결론지을 만한 증거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코로나19 변이는 '전장유전체 분석'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포착한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양성 반응이 나온 샘플에서 유전체를 분석함으로써 새 변이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변이를 검출하더라도 기존 바이러스와 어떤 점이 다른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일례로 오미크론 변이는 지난해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진이 처음으로 발견했지만, 실제 감염 증가율과 치명률을 제대로 파악하기까지는 이후 수개월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방역당국 "국내 유입, 발생 여부 지속 모니터링"
한편 방역당국은 국내에서 아직 XE 변이가 보고된 사례가 없으나, 계속해서 감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일 "XD, XE, XF는 현재 국내 발생이 확인된 바 없다"라며 "국내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외 현황 및 국내 유입, 발생 여부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WHO에서도 최근 델타크론을 포함한 재조합 변이를 XD, XF, XE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으며 각각의 전파력, 중증도 특성은 연구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영국의 초기 분석 자료에 따르면 XE는 BA.2보다 약 10% 빠른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발생 건수가 낮아 수치는 변동 가능하다"라며 "전파력, 중증도 등 변이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