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미기자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주민들이 폐허로 변한 삶터를 뒤로 하고 피란길을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러시아에 침공당한 우크라이나의 주민들이 현장 상황은 생지옥이라며 "러시아군이 우리를 파리 잡듯이 죽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위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군의 집중 포위 공격을 받는 우크라이나의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중년 여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부상을 입은 이 여성은 현재 자포리자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이 여성은 "우리는 파리 같다 러시아인들이 우리를 하나씩 하나씩 잡아 죽이고 있다. 우리는 인간인데"라고 비판했다.
이 여성은 자신의 딸도 러시아의 폭격으로 눈을 잃었다며 비통해했다. 사위가 딸을 끌어내 현지 병원으로 옮겼는데 그 병원마저 러시아군이 쏜 미사일에 맞았다고 한다.
남자친구와 함께 마리우폴을 탈출했다는 한 20대 여성은 길바닥 시신에 담요를 덮어주는 것이 상례가 됐다고 전했다. 사람의 시신을 발견하면 나중에 신원 파악을 돕기 위해 이름을 쓴 종이를 병에 넣어 옆에 둔다고도 했다.
목숨을 걸고 어렵게 탈출한 이 여성은 다시 마리우폴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고 매체에 전했다.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 남겨진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내 멀리 보낸다는 소식이 들리자 남자친구의 할머니를 구출하기 위해서다.
한편 러시아의 주요 공격도시인 마리우폴에서 3천여명이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헤이그 의사당에 모인 의원들을 상대로 화상 연설을 진행하며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일(현지 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에서 "도네츠크, 자포리자, 루한스크(루간스크) 지역에서 인도주의 통로가 운영됐다"며 "3천71명의 마리우폴 주민을 포함해 총 6천266명을 대피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마을을 비롯해 북부에서는 느리지만 확실히 철군 중이라면서도 곳곳에 남겨진 폭발물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제2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와 돈바스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이 공습을 준비하고 있다며 여전히 동부 쪽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마리우폴에서는 실제로 대피로가 열린 것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 1일 민간인이 대피할 수 있도록 마리우폴에서 자포리자로 가는 인도주의 통로를 개설하겠다고 밝혔으나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마리우폴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날 ICRC의 성명에 따르면 적십자팀과 함께 뒤따를 예정이었던 피란 버스 45대도 러시아군의 저지로 도착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민간인의 대피를 위한 안전 통로도 개설할 수 없었다고 ICRC는 전했다.
마리우폴 주민이 개별적으로 탈출해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자포리자로 이동했다는 소식은 전해지고 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