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90% 코로나 검출…아프리카의 '참극'은 은폐됐나[과학을읽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해 하반기 아프리카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의 대규모 시신 보관소를 찾은 미국 연구팀은 깜짝 놀랐다. 보관된 시신들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했더니 무려 90%가 양성 반응을 보인 것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가 많아 코로나19 피해를 덜 보고 있다는 아프리카가 실제론 심각한 상황이라는 '현타'가 온 순간이었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하자 과학자들은 의료ㆍ보건시스템이 열악한 아프리카 지역에서 대규모 피해가 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뜻밖에 백신 보급 저조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대륙의 피해는 '공식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과학계에선 이를 '아프리카 패러독스'라고 부른다. 하지만 실제론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훨씬 심각했다는 정황 증거가 나왔다. 시신 보관소에 안치된 시체들을 상대로 장기간 검사를 해보니 전체의 30%가 넘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다.

2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대 연구팀은 2020~2021년 사이에 아프리카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의 시신 보관소에서 약 1000구의 시신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 양성율이 32%에 달했다. 특히 베타,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릴 무렵인 지난해 하반기 검사했을 때는 대상 시신의 90%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문제는 이들 중 10%만 죽기 전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을 뿐 나머지 90%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코로나19 환자가 치료는 물론 검사 조차 제대로 받지 않은 채 사망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잠비아 정부가 공식 집계한 코로나19 사망자수는 현재까지도 1900만명의 인구 중 400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잠비아 전체의 초과 사망자 수, 즉 코로나19 이전 일반적 상황에서 예상되는 것보다 더 많이 집계된 사망자 수는 8만명으로, 공식 사망자 집계의 20배에 달한다.

비슷한 상황은 이웃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도 발견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정부는 두 곳에서 인구의 4~6%만 감염됐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대학 연구팀은 자체 연구에서 조사 대상자의 무려 62%가 최소한 한 번 이상 2020년 6월 사이에서 2021년 8월 사이에 코로나19에 감염됐었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매사추세츠대 연구팀의 크리스토퍼 질 교수는 "검사 대상자의 80%가 병원에 입원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고 저소득층 거주지역에서 살던 이들이었다"라며 "이미 스트레스 받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됐고 아무도 백신을 접종하거나 마스크를 쓰거나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프리카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으며,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백신 공급을 시급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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