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이전' 의지 확고한 尹…YS처럼 회자될까, MB 전철 밟을까

尹, "5월10일 0시부로 청와대 개방"…'용산 이전' 확고한 의지
급작스런 결정에 비용·안보공백 '졸속 추진' 비판도 잇따라
'소통' 부실했던 YS 조선총독부 폭파·MB 미국산 쇠고기 추진 '재조명'
전문가 "尹 리더십 첫 시험대…국민과 적극 소통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이 난관에 봉착했다. 청와대가 안보 문제로 난색을 표하는가 하면 여론 역시 '용산 이전'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국민들께 청와대를 돌려드리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5월10일 0시부로 청와대를 개방하겠다"고 못을 박은 상황이다.

'용산 이전' 문제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면서 임기 중 강한 반발에도 '정면 돌파'를 선택했던 역대 대통령들의 리더십이 재조명되고 있다. 앞서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조선총독부 건물 폭파를 밀어붙였고,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추진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이 '용산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윤 당선인은 당초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으나 경호·통신 문제 등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자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첫 기자회견에서 직접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방안'을 발표하면서 "청와대 공간의 폐쇄성을 벗어나 늘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고자 약속드린 것"이라며 "청와대는 임기 시작인 5월10일에 개방해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지만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 이전 결정에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으며, 국방부와 소통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강병원 의원은 2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청와대 이전 결정을 시간적 여유를 갖고 국방부와 충분한 얘기를 하고, 주민들의 얘기, 국회 의견을 수렴했으면 논란이 있었겠느냐"며 "여론조사에서 졸속 추진에 대해 반대 여론이 높다고 나오는데 왜 높다고 생각하느냐"고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질의했다. 이에 서 장관은 "너무 빠른 시간 내에 검토 없이 배치·조정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다"고 답변했다.

청와대도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며 입장을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 주재 국무회의에서 윤 당선인을 겨냥한 듯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헌법이 대통령에 부여한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겠다"며 "특히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 국민 안전은 한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 비용 문제도 논란이다. 2022년도 예산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비가 편성된 바 없고, 국방부·합동참모본부 등이 연쇄 이전하는 것을 감안할 때 비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당초 이전 비용으로 496억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후 말을 바꿔 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에서 "합참이 남태령으로 이동하는 경우, 새 청사는 1200억 원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비용을 과소 추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안보 공백·비용 문제 등이 제기되지만 윤 당선인이 '용산 집무실 이전'에 완고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누가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또 윤 당선인이 제왕적 대통령 종식을 외치면서 이전 계획을 강행하지만,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의 자취를 따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찬반 여론이 팽팽하거나 반대 여론이 더 강했던 계획·정책을 추진했다가 후과를 초래한 사례도 있다. YS는 1995년 과거사 청산, 역사 바로 세우기를 천명하며 철거와 보존을 두고 오랜 논쟁이 지속된 조선 총독부를 철거하겠다고 결정했다. 당시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이 곳을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YS는 이 계획을 밀어붙였고 조선총독부 건물이 폭파되는 모습은 국민 앞에서 생중계되기도 했다.

이씨는 임기 초반인 2008년 광우병 파동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했다가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시위를 불렀다. 집회는 100일 이상 지속됐고, 정국은 파행을 빚었다. 이로 인해 이씨의 지지율이 20%대로 고꾸라졌고, 이후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YS는 친일 잔재를 청산했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여론이 강하다. 반면에 이씨는 이른바 '명박산성'이라 불리는 차벽을 세우거나,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분사해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전문가는 윤 당선인이 첫 번째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윤 당선인은 집무실 이전 문제를 권력 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말처럼 단순히 공간이 이전 문제가 아닌 국정 운영 시스템을 바꾸려는 것"이라며 "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이후의 국정운영, 쇄신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 다소 부담을 무릅쓰고 강행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 원장은 국민과의 공감대를 얼마나 형성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윤 당선인은 소통과 정치력, 국민통합을 보여줄 수 있는 시험대에 서있는 것"이라며 "국민들을 적극으로 소통하고, 민심을 경청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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