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육박한 美2월 물가…우크라 사태 속 또 40년만에 최대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는 가운데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8%에 육박하며 또 다시 40년만의 최고 수준을 갈아 치웠다.

시장 예상을 뛰어 넘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확인되자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2%를 돌파했다. 뉴욕 증시는 유가 상승세 속에 우크라이나 와 러시아 간 협상 진전이 확인되지 않자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7.9%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82년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시장 예상치였던 7.8%를 웃돈 것은 물론, 1982년2월 이후 최대폭이었던 전월(7.5%)보다도 오름폭이 더 확대됐다. 2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0.8% 올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CPI는 전년 동월 대비 6.4% 치솟았다. 전월 대비로는 0.5%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휘발유, 식료품, 주거비용 등 전 방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두드러졌다. 식음료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4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휘발유는 한 달만에 6.6% 올랐다. 휘발유를 포함한 에너지 가격의 상승폭은 3.5%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월 말 시작됐음을 고려할 때 3월 이후 통계에 유가 등 원자재가 폭등세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시장에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2월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단시일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미국 내 전국 평균 휘발유값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갤런당 4달러대를 돌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쟁의 발발로 유가, 밀, 귀금속 등 가격이 급등하며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 인플레이션은 상품 수요 급증, 반도체 등 공급망 악화, 물류대란 등에 의해 주도됐으나, 러시아의 침공과 세계 각국의 제재 등에 따른 경제적 혼란이 이제 인플레이션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셈법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Fed는 다음 주 FOMC에서 사실상 금리 상승을 기정사실화해왔으나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여파가 향후 긴축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저성장 속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이 또한 Fed의 행보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2월 CPI가 시장 예상을 웃돌자 이날 오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 금리는 뛰어올랐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2%대를 넘어섰다가 현재 1.997%대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세다.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전 10시34분을 기준으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1.76% 떨어진 1만3021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90%, S&P500지수는 1.15%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이날 터키에서 회담했으나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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