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미기자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사장님이 아닌 KH로 불러주세요."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사장’ 직함 대신 영어 이름 이니셜인 ‘KH’로 불러줄 것을 제안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직급과 호칭 파괴에 나선 가운데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구축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경 사장은 이날 사내 게시판 ‘나우’를 통해 본인을 대표이사, 사장, 부문장 등의 직함 대신 KH로 불러달라고 했다. 또 다른 임원들도 각자 불리고 싶은 이름을 정해 부르게 하는 것을 제안했다.
경 사장은 "외국 고객을 만나면 본인을 모두 KH로 부르고, 본인에세 메일을 보낼 때도 ‘Dear KH’로 시작한다"면서 "임직원들도 본인을 KH님, 또는 계현님으로 불러 주길 희망한다"고 했다. 직원들은 경 사장의 제안에 ‘Dear KH’, ‘계현님’으로 시작하는 댓글을 달며 좋은 아이디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딱딱했던 회사 조직문화에 최근 변화가 느껴진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는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지난해 11월 ‘미래지향 인사 제도’ 혁신안을 발표했다. 연공서열 인사제도를 타파하고 직급별 승진연한 폐지, 부사장과 전문 직급 통합 등이 골자다. 매년 있었던 승격자 발표도 올해는 하지 않았다.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격이 없는 소통문화를 조직 내 빠르게 확산하기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 DS부문은 매주 수요일 ‘위톡’을 통해 직원들과의 직접 소통도 진행하고 있다. 이 역시 지난해 12월 경 사장이 처음 개설했다. 최근에는 대표이사,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업부장 등 경영진뿐 아니라 ‘스트릿 우먼 파이터’ 출연자 중 한 명인 모니카도 참여해 화제가 됐다.
한편 경 사장은 올 초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과의 공동명의 신년사에서 '고객경험'에 기반한 경영에 방점을 찍으며 이를 위한 조직문화 변화를 강조한 바 있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과거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경직된 프로세스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문화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며 "개인의 창의성이 존중 받고 누구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민첩한 문화로 바꾸어 가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실패를 용인하며 다양한 가치를 수용하는 포용과 존중의 조직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며 "제품, 조직간 경계를 넘어 임직원 누구나 자유롭게 상상하고 꿈꿀 수 있도록 존중의 언어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새로운 문화를 리더부터 변해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