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노동자 어루만진 심상정…'지지율 반등' 성공할까

심상정 '약자 행보'로 '진보 선명성' 부각
沈 '장애인 이동권' 보장 약속에 장애인단체 '출근길 시위' 멈추기도
다만 지지율은 3%대…존재감 미미하다는 평가
전문가 "진보 정치인으로 TV토론서 실력 발휘"
일각서 토론 실력과 함께 약자행보 상승 효과 기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22일 대전 서구 시청앞 네거리에서 유세차에 올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약자 행보'를 이어가며 반등 기회를 노리고 있다. 장애인단체의 '출근길 시위'를 언급하는 등 '진보성'을 선명하게 부각하고 있지만, 아직 여론조사에서 존재감은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 후보는 그간 '지워진 이름들' 캠페인을 통해 약자들의 목소리에 집중해왔다. 그는 닷새 간의 칩거를 끝냈던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선에서 지워진 이름들을 심상정의 마이크로 더 크게 목소리 내겠다. 녹색, 여성, 노동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진보의 성역처럼 금기시된 사회 문제의 공론화를 시작하겠다. 금기를 금기시해 낡은 진보의 과감한 혁신을 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심 후보는 지난달 21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 김지은 씨를 만난 것을 시작으로, 24일부터 이주 노동자, 물류센터 밤샘노동자, 고시원 거주자 등을 만나며 약자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달 27일에는 여성 경찰관들과 만나 일각에서 제기된 '여경 무용론'에 대해 사과했다. 심 후보는 "여성 경찰관에 대한 편견을 오히려 조장하는 일부 정치인의 행태가 매우 부끄럽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다"면서 "(여성 경찰관들은) 치안을 지키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싸우고, 경찰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성차별적인 관행·성폭력과 싸우느라 고생하는 여성삼중고론에 처해있다"며 공감을 표했다.

이밖에도 중·노년 여성층의 '노동 가치'를 부각하는 '엄마 이름 찾기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정치권에서 이대남(20대 남성)·이대녀(20대 여성) 공방에 주목하는 것과 차별화된 전략이다.

특히 심 후보는 대선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에 화답했다. 그는 지난 21일 대선후보 TV토론 마지막 발언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언급하며 "이동권 예산 확보뿐 아니라 장애인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는 장애인 선진국을 만들겠다. 시위를 이제 거두시라"고 요청했다.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치며 지난해 말부터 지하철에서 '출근길 시위'를 이어왔다.

이에 전장연은 23일부로 '출근길 시위'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7시30분쯤 서울 지하철 4호선 서울역에서 선전전을 열고 "심 후보가 TV토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언급한 이후 오늘 출근 선전전에 방문한다"며 "이에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오늘로 멈춘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향해 장애인 권리 예산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3일 오전 서울역 4호선 승강장에서 열린 장애인 이동권 지하철 시위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전문가는 최근 심 후보 토론 실력이 다른 후보에 비해 선명하게 드러나는 점 등을 들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심상정 후보가 TV토론에서 보여준 말들은 진보 정치를 하는 정의당에서 국민에게 어떤 정책을 보여주고 싶은지, 잘 설명했다고 본다"면서 "진보 정치를 하는 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잘 정리된 토론 실력을 보여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 후보의 약자를 위한 행보에 대해서는 "사실 심 후보가 최근에 그런 행보를 한 것이 아니라, 정의당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심 후보는 늘 약자 행보를 했다"면서 "그렇게 때문에 특별하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심 후보의 약자 행보와 함께 최근 TV토론에서 보여준 토론 실력이 맞물리면서 일종의 지지율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는 관측도 있다.

다만 이같은 행보에도 여론조사서 심 후보의 지지율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뉴스핌이 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1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심 후보는 지지율 3.1%로 4위를 기록했다. 심 후보가 지난 19대 대선에서 득표율 6.17%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수치다. 이 조사에서 윤 후보는 44%, 이 후보는 39.5%, 안 후보 7.5%의 지지를 얻었다.

한편 심 후보는 '정의당이 소수자 전략으로 돌아갔다는 비판'과 관련해 "우리 사회는 비주류가 절대 다수이자 바로 매저리티(majority·다수)"라고 답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한국지역언론인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원래 하려고 했던, 불평등의 계곡에서 정말 고통받는 시민들 곁에서 그분들과 함께 주류가 되기 위한 노력을 더 헌신적으로 해야 하지 않나 성찰했다"면서 "저희가 애써온 길이 대한민국 미래로 가는 길이라는 확신한다. 다른 후보들과 당당히 겨루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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