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시끄러워요' 'OO후보 뽑아주세요' 유세차량 소음 스트레스도

15일 대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
공직선거법 개정됐지만 '소음 규제' 어려워
차량사고·코로나19 감염 등 안전 문제도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서울 종로구 독립문 인근에 이재명(번호순서대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세를 위해 확성기로 큰 소음 내 시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는가 하면 유세차 전복 사고 등 안전 문제도 불거졌다. 여기에 대선 후보가 등장한 곳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는 3월9일 치러지는 대선 공식 선거 운동이 15일 시작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선거일 전날인 내달 8일 자정까지 22일 동안 공식 선거운동이 펼쳐진다.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서 후보의 공약을 알리는 소음과 유세차량이 도심 곳곳을 누비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각 대선 후보의 유세차량이 몰리고 경쟁하듯 스피커를 틀어 놓다보니 시민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20대 취업준비생 A씨는 "후보의 연설을 담은 유세차량이 지나갈 때 귀가 왕왕 울릴 정도로 시끄럽고 선거 운동원도 이에 질세라 소리를 지르더라"라며 "역 지날 때마다 너무 시끄럽다. 대선 후보 유세차량들이 밀집해 있으니 유세를 하는 건지 소리를 지르는 건지 모르겠다. 데시벨 기준 없나"고 토로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를 한달여 앞둔 11일 경기 파주 차량광고업체 미디어맥스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유세에 사용될 유세차가 제작되고 있다./파주=강진형 기자aymsdream@

유세 기간 내 소음 문제는 선거철마다 반복돼온 고질병이다. 헌법재판소(헌재)도 소음 규제기준을 정하지 않은 공직선거법이 헌법에 어긋났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020년 1월 "선거 소음은 앞으로도 치러질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의회의원선거, 단체장선거, 교육감선거 및 각 선거에 따른 보궐선거 등 모든 종류의 공직선거 때마다 유발될 것이므로 가볍게 볼 수 없다"며 "사람들이 최고출력이 높은 확성장치로부터 유발되는 소음에 장시간 노출되면 스트레스를 받게 돼 정서불안, 강박관념, 불면증 등의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12월31일 확성장치 사용 시간과 데시벨(dB) 출력을 확대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시행 날짜는 오는 4월1일로 이번 대선에서는 관련 법규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존의 시간 제약만 있을 뿐 소음 규제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개정 공직선거법을 보면 대선 혹은 시·도지사선거에서 차량용 확성장치 경우 정격출력 40킬로와트 및 음압수준 150데시벨까지 허용하는데,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의하면 120데시벨은 전투기의 이착륙소음 정도다. 소음 기준이 높기 때문에 이후에 규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시민들은 이전처럼 불편을 겪은 가능성이 크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 선거 유세차에서 사고도 잇따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세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해 운전자와 동승자 2명이 다쳤다. 부산경찰청은 유세차량이 높이 제한이 있는 지하차도 천장과 부딪치며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변 시민이 있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다.

또한 15일 충남 천안에 정차해 있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세 버스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인해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경찰에 따르면 안 후보 유세 버스에서 운전기사와 국민의당 논산·계룡·금산 지역 선대위원장이 이날 오후 5시 24분께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차량은 45인승 버스로, 유세를 위한 대형 LED 스크린이 설치돼 있었다. 경찰과 한국가스안전공사, 고용노동부는 합동 감식을 결과 스크린 작동을 위해 버스 짐칸에 설치된 자가발전 장치 가동 과정에서 일산화탄소가 발생돼 버스 내부로 퍼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서 열린 'JM은 강남스타일!' 선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것도 거리 유세의 불안 요소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7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9만3135명 늘어 누적 164만5978명이라고 밝혔다. 위중증 환자는 전날(313명)보다 76명이 급증한 38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부터 200명대를 유지한 위중증 환자 수는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지난 14일(306명)에 다시 300명대로 올라섰다.

이런 상황에 대선 주자들은 전국에서 거리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후보는 부산, 윤 후보는 서울, 안 후보는 대구,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전북 익산을 시작으로 공식 유세에 돌입하면서 현장에는 최대 수천명에 달하는 군중이 운집했다. 대선 후보가 등장한 유세 현장에 당원과 지지자 등이 빼곡히 밀집하다 보니 코로나19 대규모 감염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일어나는 각종 소음 등 불편을 줄이기 위해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 등 위험 상황에서도 유세를 감행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자신의 표심을 더욱 확산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선거 유세에서) '세 몰이'를 하면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의 표심이 특정 후보에게 향하는 '밴드웨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유세 경쟁이 뜨거워지다 보니 소음이 크게 유발돼 시민 불편을 초래하기도 한다"며 "개정 공직선거법의 소음 규정도 그 범위가 너무 넓어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규정을 강화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이슈취재부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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