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한기자
전진영기자
[아시아경제 임춘한 기자, 전진영 기자]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면세점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 면세점 구매한도(5000달러)를 폐지하기로 결정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명품업체들이 매출 부진으로 이미 철수한 상황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면세점 관계자는 10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명품업체들이 죄다 이탈하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 뒤늦은 조치"라며 "당연히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구매한도 폐지만으로는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면세한도까지 빨리 상향되길 바란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면세점 구매한도는 과소비 억제, 외화 유출 방지 등을 목적으로 1979년(500달러) 도입된 이후 43년간 유지됐다. 이후 1000달러, 3000달러, 5000달러 등으로 확대돼 왔다. 이번 폐지 결정은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려 면세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과거엔 낮은 구매 한도로 인해 고가 제품의 경우 해외에서 구매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1000만원대 샤넬 가방, 롤렉스 시계 등도 구매가 가능해진 것이다. 단 면세한도는 기존과 같이 600달러가 유지되기 때문에 그 차액만큼은 세금을 내야 한다.
현재 국내 면세점은 명품업체들의 이탈과 중국 면세점 부상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샤넬은 다음 달 말 롯데면세점 부산점과 신라면세점 제주점에 있는 매장 영업을 중단할 예정이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은 올해 초 롯데면세점 제주 매장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신라면세점 제주점, 롯데면세점 부산점·잠실 월드타워점에 있는 매장을 추가로 닫을 계획이다. 루이비통은 중국의 국내선 공항 면세점에 집중하기로 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도 지난해 10개에 달했던 국내 면세점 매장을 서울·제주·인천공항에 각각 1개씩만 남기고 모두 정리했다.
명품업체들이 국내 면세점에서 철수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면세점 고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보따리상들이 국내 시내면세점에서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중국에서 가품을 불법으로 유통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키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7조8333억원으로, 2019년(24조8586억원)의 71.7% 수준에 머물렀다. 외국인 매출 비중은 2019년 83%에서 지난해 95.4%로 더 높아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실상 중국인 보따리상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 입은 것이 면세점인데 정부의 대응이 늦었다"며 "면세한도도 그대로 유지되니 유효한 정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