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조이자…기업대출 눈 돌린 은행권

5대 은행 1월 기업대출 잔액 644조…한 달 새 8조 증가
주요 시중은행 기업 여신 강화 기조 "수익성 방어"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부애리 기자] 은행권이 연초부터 기업 여신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가 총량관리제로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소매금융 부문의 성장 동력이 약화된 가운데, 기업대출 확대로 이를 만회하겠단 구상에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달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644조61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8조1740억원(1.28%) 증가한 수치다.

차주별로 보면 대기업 대출은 2.32%(1조9139억원) 늘어난 84조3232억원,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1.80%(4조5748억원) 증가한 258조3318억원을 나타냈다. 소호(개인사업자) 대출은 0.56%(1조6854억원) 늘어난 301조4069억원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대출 증가폭이 높은 것은 성과급 등이 지급되는 1월 특성상 계절적 요인이 반영된 것"면서 "중소기업·소호대출의 증가세는 최근 경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이 기업대출에 다시 주목하고 나선 것은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관리제의 여파로 가계 여신 확대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강화된 가계부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따르면 대출금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차주에겐 DSR 40%가 적용된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중소기업·자영업자 등의 자금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 한 달간 6조2602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전월(1조8691억원) 대비 4배를 넘는 규모이자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연초 신년사에서도 기업 여신 강화 기조가 여실히 드러난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가계대출에서 성장 제한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금융과 캐피탈 시장 영역에 더욱 힘을 모아 성장의 활로를 모색해 나가자"고 밝혔고, 권광석 우리은행장도 "기업 토탈 마케팅의 중소기업 영역으로의 확대, 코로나 피해기업 대출 상환유예 종료를 고려한 여신 포트폴리오 최적화 등의 계획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연초부터 각 은행들은 기업대출 관련 조직개편 및 상품확대에 나섰다. KB금융그룹은 연초 전국 본부장 회의에서 기업대출 목표치를 전년 증가율 대비 200%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기업 여신 영업 강화를 위해 올 초 SRM(Senior Relationship Manager)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기업영업의 핵심 직무인 RM(Relationship Manager) 제도를 확대한 것으로, 역량이 우수한 직원이 부서장급으로 승진하더라도 단순 관리자 역할이 아닌 지속적 영업역량을 유지토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외에도 신한은행은 지난해 시범도입한 ‘기업영업단장’ 제도도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다. 지역본부별로 상주하는 기업단장이 본부 내 기업영업을 지휘하면서 후배들의 업무역량을 끌어올린단 구상이다.

농협은행 역시 수도권 기업금융센터를 기존 대비 약 30% 늘린 65곳으로 확대하며 수도권 지역의 시설자금 수요를 집중 공략한단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농협은행은 지난달 말 ‘NH기업성장론’ 상품을 출시하는 한편, 업종별로 NH 기업경영컨설팅 및 농식품기업 컨설팅 등 특화 서비스도 제공키로 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관리제 강화로 가계 여신 분야의 성장 동력이 약화된 셈"이라며 "각 은행들로선 제한된 가계 여신보다 기업 여신 또는 자산관리 분야로 영업을 확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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