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이 쏘아올린 고철값

11월 고철 가격 t당 60만원 육박…13년 만에 최고
고철값 변동성 가장 컸던 2008년 금융위기 연상
철강업계, '탄소중립' 위해 전기로 생산 비중 늘려
전기로 원료인 '고철' 수요 ↑…가격도 고공행진
철강 수요 큰 건설자재 가격도 비상

국내 고철(철스크랩) 평균 가격이 톤당 59만5000원을 기록하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4일 서울 강서구 자원개발업체에 고철이 쌓여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국내 고철 가격이 13년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탄소 배출이 높은 철강업계가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맞추기 위해 고로(용광로) 대신 고철을 녹여 철을 만드는 전기로의 비중을 확대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철강업체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고철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고철 가격이 급등하면 철근, 형강 등 철강 수요가 큰 건설자재 가격도 뛸 수 있다.

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11월3일 기준 전국 평균 고철 1t당 가격은 59만5000원(중량A 기준)원으로, 60만원에 육박했다. 이는 2008년 6월 67만원 이후 13년4개월 만에 최고치다. 올해 1월(42만2000원)보다도 40.9%나 폭등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월 평균 가격이 60만원대를 넘어 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철은 철광석과 함께 주요 원료 중 하나로 전체 수요의 85%를 국내에서 자급하고 있다. 고철은 종류에 따라 6등급으로 나뉘는데, 국내 고철 거래량의 20~30%를 차지하는 것이 ‘중량A’이다. 주로 선박 해체물, 중장비 해체물 등을 통해 나오는 것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고철 가격의 폭등은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연관이 깊다. 정부는 탄소배출이 높은 철강업종에 대해 신·증설하는 설비 300만t을 고로 대신 전기로로 대체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철 제조는 용광로에 철광석과 코크스를 넣어 쇳물을 만드는 고로와 쇳물에 고철을 녹이는 전기로 방식으로 나뉘는데 전기로는 탄소배출량이 고로보다 적은 편이다. 보통 철 1t 생산할 때 고로의 탄소배출량 1.9t이며 전기로는 0.4t이다. 이에 따라 국내 양대 고로사인 와 현대제철이 올 하반기부터 전기로 비중을 확대하면서 고철 소비량이 급증,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 스크랩(고철)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는 자연스레 공급량 감소로 이어진다"며 "스크랩 장입 비율을 늘리며 저탄소 사회 실현에 앞장서는 과정이 되려 시장의 불안을 야기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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