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윤기자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고속 성장하는 가운데, 그 기술을 인정받아 누적 투자금 100억원 이상을 유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 기업들은 일상을 파고드는 '실생활형 AI 서비스 기업'이라는 공통점으로 산업계는 물론 자본시장까지 뒤흔들며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AI전화 비토 서비스를 운영중인 음성인식 기업 리턴제로는 지난 7월 KTB네트워크, 에이티넘인베이스트먼트, 하나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엔젤투자자로부터 160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면서 누적 투자금 198억원을 달성했다.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음성인식 AI 업계에서 입지를 공고히 한 이 회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동기이자 카카오 초기 멤버 3명이 공동으로 창업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한국어’를 파고 들어 통화 목소리의 정확도 높은 텍스트 전환을 이뤄낸 비토는, 얼마 전에는 중국 시장까지 진출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이기도 했다.
비토는 통화 업무가 많은 비즈니스맨은 물론, 일반인, 청각장애인 등의 일상 속으로 녹아들며 새로운 AI전화 라이프를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8월엔 사람의 음성을 넘어 ARS 소리까지 검출해내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또한, 정확도 및 화자분리의 고도화를 포함한 기능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며 서비스 업데이트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비토 관계자는 "꾸준한 음성 데이터 확보 및 가공을 통해 AI 전화는 물론, 거대 음성인식 시장에서 혁신적인 입지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AI 상품 추천 서비스 ‘픽셀(PXL)’을 운영하는 오드컨셉은 패션 AI커머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기록하며 기술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다. 패션 분야에 특화된 ‘픽셀(PXL)’은 사람이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상품 이미지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비전 AI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온라인 환경에서 유저 개인별로 원하는 스타일과 코디를 손쉽게 찾아주는 등 기호에 맞는 상품 추천이 가능하다.
‘픽셀(PXL)’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투자사로는 KB증권, 신한캐피탈-키움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SBI인베스트먼트 등이 있다. SBI인베스트먼트 포함해 일본 투자사도 두 곳 있다. 오드컨셉은 11개국에 걸친 106건의 국내외 특허 출원 및 등록, 상표 등 지식재산을 바탕으로 서비스 고도화에 힘쓸 계획이다.
2017년에 설립된 AI 스타트업 ‘보이저엑스’는 기술 수준을 인정받아 지난 6월 첫 번째 투자 유치 단계인 시리즈A에서 300억원을 투자 받았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알토스벤처스, 옐로우독이 각각 100억원씩 투자했다.
보이저엑스는 회사의 목표를 ‘AI로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로 잡고 설립 이후 AI 관련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았다. 먼저, 영상 편집 서비스인 ‘브루’는 음성 문자 자동변환 기술을 이용해 영상을 입력하면 음성을 인식해 자막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음성이 없는 ‘무음구간’은 의미 없는 부분으로 인식해 영상에서 자동으로 제거한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컷편집(영상 중 필요한 부분만 자르는 작업)’을 AI로 자동화해 편집 시간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또 다른 대표 서비스 ‘브이플랫’은 AI 모바일 스캐너 앱이다. AI로 문서나 책의 곡면을 분석해 문서 내용을 평평하게 스캔하는 서비스다. 문서 촬영 중 생긴 그림자와 각종 노이즈도 제거해 깨끗한 디지털 문서로 만들어 준다. 글로벌 이용자가 이미 100만명이 넘는다. 작년에 출시한 ‘온글잎’은 AI 기반 손글씨 글씨체 생성 서비스다. 사람이 직접 쓴 몇개 글자를 AI가 분석해 1만1172자 전체의 비슷한 글씨체를 제공한다.
투자 회사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이연구 이사는 “기술력이 탄탄한 인공지능 기업의 공통점은 바로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더 똑똑하게 진화해 기하급수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라며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AI 기술기반 서비스들이 변화하는 세상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만큼, 앞으로 관련 기업들의 성장세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