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담기자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욜로'는 옛말이죠.", "티끌이라도 모아야 빈털터리에서 벗어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짠테크'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짠테크'는 인색하다는 뜻을 가진 '짜다'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출을 최대한 줄이면서 수입 일부를 저축해 목돈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특히 일부 젊은층은 짠테크의 방법 중 하나인 '앱테크'(애플리케이션+재테크)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청년들이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욜로'(YOLO)에서 벗어나 미래의 불확실성을 대비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최근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씨는 "1년에 4번 정도는 나를 위한 선물로 명품 가방이나 옷 등을 구매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다니던 직장 또한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면서 돈을 저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는 '오늘만 살자'는 생각으로 원하는 물건들을 다 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다 보니 미래를 위한 대비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짠테크'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짠테크'에 대한 관심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2.3%가 '주변에 짠테크를 통해 소소하게 용돈 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는 것에 공감했다. 특히 연령별로 보면 ▲20대 76.8% ▲30대 74.8% ▲40대 69.2% ▲50대 68.4%로, 2030세대가 짠테크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짠테크 방법 중 하나인 '앱테크' 또한 주목받고 있다. 앱테크는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 짧은 광고를 시청하거나, 퀴즈를 맞추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리워드(보상)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리워드형' 앱으로 모을 수 있는 금액은 사실상 푼돈에 가깝다. 걷기 리워드 앱의 경우, 100보를 걸어야 1원을 적립할 수 있고, 하루 최대 100원까지만 모을 수 있다. 이 밖에 휴대폰 잠금 해제 시 광고를 보면 포인트를 주는 앱들도 1~5포인트 수준이다.
걷기 리워드 앱을 이용하고 있는 대학생 정모(25)씨는 "하루에 한 번씩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데, 산책하면서 돈도 모을 수 있어 설치하게 됐다"라며 "걷는 것 외에도 앱에서 내는 퀴즈 등을 맞추면 포인트를 준다. 비록 작은 돈이지만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이어 "앱을 이용하다 보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돈 정도는 금방 쌓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앱테크를 이용해 수익을 버는 이들은 10명 중 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엠브레인 조사에서 응답자의 39.2%가 앱테크를 한다고 밝혔다. 이 역시 젊은 세대(20대 46.4%, 30대 50%, 40대 35.2%, 50대 25.2%)의 이용 비율이 높았다.
청년들이 앱테크를 비롯한 짠테크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가 줄고 생계 불안에 시달리는 것과 연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지난 14일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구직단념자는 58만3000명으로 코로나19 여파가 심각했던 전년 동월 대비 4만6000명 더 늘었다. 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희망하고 취업이 가능하지만, 노동시장적 사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자 중 지난 1년 내 구직경험이 있었던 자를 말한다. 이는 2014년 관련 통계 기준을 변경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전문가는 취업난과 경기 불황 등이 청년들의 소비 성향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층은 소비 형태에 다양한 양상을 가진다. 소비를 즐기는 유형도 있지만 아끼려는 유형도 있다"라며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경제적으로 힘든 2030세대가 돈을 아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욜로족'처럼 '일단 돈을 쓰고 보자'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이들 역시 소비를 하고 난 뒤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