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기자
[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정부가 8일 '2030 이차전지 산업 발전 전략'을 수립·발표한 것은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이차전지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선 향후 5년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40조원 이상의 민간투자를 이끌어내는 한편 정부도 연구개발(R&D)·세제·금융 등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날 정부는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제2공장 부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K-배터리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이차전지는 친환경화라는 글로벌 기조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수단으로서 각국 수요 증가로 글로벌 시장이 급속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시장 조사기업 아이에이치마킷은 2025년에는 이차전지가 메모리반도체보다 더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SNE리서치는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규모가 전기차 보급 확대에 힘입어 2020년 461억달러에서 2030년 3517억달러로 10년간 8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용 이차전지(EVB)는 향후 10년간 10배 성장할 전망이다.
현행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2091년 일본이 최초 상용화하며 시장을 형성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앤 모바일 산업 성장과 함께 소형 이차전지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후 2010년대 들어 전기차 산업이 성장하면서 중·대형 이차전지는 넓은 내수 시장의 중국과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 우리나라, 일본이 경쟁 중이다. 지난해 기준 이차전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한국이 44.1%, 중국 33.2%, 일본 17.4% 등으로 3개 국가가 95%를 점유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이차전지 수요 확대에 따라 시장이 확대되고 시장 참여자가 증가하면서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경쟁 등 경쟁 구도 확대·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기차 보급 확대가 본격화 되면서 이차전지 기업들의 시장확보 경쟁 확대와 각국 정부는 역내 공급망 확보를 위한 유치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선도기술 확보를 위한 경쟁 가속화와 함께 이차전지 생산에서 폐기까지 전주기에 걸친 탄소배출 저감 요구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형 이차전지는 10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중·대형도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국내외 생산능력은 2016년 58GWh에서 2020년 217GWh로 4배 가량 늘었고, 리튬이온·납축전지 수출도 2016년 49억7000만달러에서 2020년 74억6000만달러로 5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다만 소재·부품·원재료의 높은 해외 의존도는 한계로 지적된다. 2019년 기준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 4대 소재의 해외의존도는 47.2~80.8%로 높은 상황이다.
◆차세대 이차전지 1등 기술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R&D 추진= 이차전지의 글로벌 경쟁이 본격 시작된 만큼 향후 시장주도를 위해선 초격차 기술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우선 정부는 차세대전지 제조기술 및 핵심 소·부·장 요소기술 개발을 위한 대규모 R&D 지원 추진한다. 2025년 가벼운 무게가 장점인 리튬황전지를 시작으로 전고체(2027년), 리튬금속(2028년) 등 총 3066억원 규모의 상용화 기술개발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차세대 요소기술을 위해선 수요-공급기업 연계 및 산학연 협력을 토대로 요소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차세대전지 연구와 성능·안전성평가 등을 종합 지원하는 '차세대 배터리 파크'도 구축한다.
◆글로벌 선도기지 구축을 위한 협력 생태계 조성= 세계시장 진출을 뒷받침하는 첨단기술 개발과 최초 제품화의 글로벌 선도기지를 국내에 구축하기 위한 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해 정부간 협력 강화와 민관 협력 활성화를 통한 원재료 광물 확보에 나서는 한편 국내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재활용 소재를 국내에서 확보할 방침이다.
이차전지 핵심요소인 소부장 기업의 성장과 기술력 확보를 위해선 국내 최초 이차전지 소부장 특화단지를 핵심 성장거점으로 조성한다. 수요기업 연계형 기술개발 등 소부장 기업 핵심기술 확보 지원과 민관 공동 R&D 혁신펀드(800억원) 조성으로 중소·스타트업 R&D를 지원한다. 이차전지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개정 유턴법상 인센티브 지원과 K-배터리우대지원 프로그램 신설 등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선 석박사급의 설계·고도분석 인력양성을 확대 등 이차전지 인력을 연간 1100명+α 양성할 계획이다. 또 2023년부턴 현장전문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현장경험을 제공하는 '이차전지 제조·공정 인력 양성 플랫폼' 구축에도 나선다.
◆이차전지 시장 확대를 위한 다양한 수요시장 창출= 이번 전략에는 신규 수요시장 창출로 이차전지 산업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도 담겼다. 사용후 이차전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국 4개 권역에 거점수거센터를 구축하고, 사용후 이차전지 운송과 보관 등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2024년까지는 사용후 이차전지 '회수→수집·운반→보관→성능평가→'민간매각' 전과정 관리를 위한 '종합정보관리시스템'도 구축한다.
공공시장을 활용한 이차전지 수요 확대 에도 나선다. 2025년까지 향후 5년간 2.2GWh 규모의 공공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창출하고, 관공선(총 388척)을 2030년까지 크기와 운항특성 등을 고려해 전기·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전기차 부품 데이터 플랫폼 구축' 및 데이터 활용 신산업 창출, 이차전지 대여·교체 서비스 도입, 이차전지 표준화 등을 추진해 이차전지 관련 서비스산업을 발굴·육성하기로 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