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이기자
[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국정농단 사건으로 18년을 선고받고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공식 요청했다. 청와대는 법무부를 통해 최씨에게 "참고하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최씨는 지난달 3일 문 대통령 앞으로 보낸 5장짜리 자필 편지에서 "육체적 고통이 심한 여성 대통령의 최후의 날들이 비극으로 가지 않도록, 지친 그분이 제발 자택에서라도 지낼 수 있도록 사면을 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최씨는 편지에서 박 전 대통령 건강이 악화됐다는 점, 사리사욕을 위해 일하지 않았다는 점, 국민통합을 위해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주로 설명했다.
편지를 수령한 청와대는 법무부에 답변을 지시했고, 법무부 검찰국은 지난달 25일 최씨에게 "특별사면 등 관련 업무에 참고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으로 민원서류 처리결과 통지 공문을 발송했다. 최씨의 요청이 문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됐는지 여부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사면이 필요한 이유로는 박 전 대통령의 나이가 70세에 다다랐다는 것과 그간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는 것을 들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구금된 지 4년이 넘어 칠순을 보고 있다"면서 "꽃다운 젊은 나이의 20대에 어머니를 잃고 바닥을 긁어 내리는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면서 빈 어머니(육영수 여사)의 자리를 성실히 해왔다. 박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 곁에서 어머니의 부분을 성실히 지켜내지 않았다면 사회적 혼란과 분열을 막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들 중 4년 넘게 수감된 사람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최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들도 투옥 생활을 했지만 4년을 넘게 수감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박 전 대통령은 국민들께 사과를 했다"면서 오히려 "문 대통령의 결단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결정을 촉구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문 대통령에게 요청한 사실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변호인 접견으로 전달받고, 기자에게 별도 설명이 담긴 편지도 발송했다. 최씨는 편지에서 "일반 국민의 한 사람인 저 때문에 오랜 세월 고충을 받는 것이 가슴 아파 고심 끝에 요청서를 썼다"고 밝혔다.
그 외 국정농단 사건 유죄 판결의 부당함이나 교도소 내 부실 급식 실태, 과도한 업무 등 수감 생활의 어려움도 피력했다. 그는 "교도소의 급식은 하루 4708원"이라며 "대부분의 식자재는 중국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취사장도) 수용건 800여명 분을 취사 인원 여수용진들 16~18명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지난 4월 청주여자교도소 소장과 직원을 상대로 강제추행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바도 있다. 이에 대해서도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공간에 두고 의료과장은 위계에 의한 압박을 계속하는 게 말이 되나?"고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총 22년의 형량을 받았다. 현재 수감 기간이 4년 정도라 가석방 대상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21일 있은 오세훈 서울시장·박형준 부산시장과의 오찬 자리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언급이 나오자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도록 작용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에 앞선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