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기자
연쇄살인사건이나 아동살해사건 등 반인륜적이고 흉악한 범죄들이 발생할 때마다 형벌로서 사형이 거론된다. 이는 응보의 관점에서 극단적인 형벌로 사형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998년 이후 지금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헌법을 위시한 국가실정법에는 형벌의 하나로 사형을 규정하고 있고 간혹 연쇄살인범이나 잔혹하고 흉악한 범죄에 대해 사형을 선고하지만 집행은 하지 않고 있다. 사형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사형이란 형벌이 선고되는데 형을 집행되지 않아 그 실효성의 문제가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사형이 생명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사형제 폐지를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사형제 폐지문제로 사회적 논의도 있었고, 사형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두 차례나 있었다. 1995년 사형제에 관한 첫 번째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공익이나 다른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성이 충족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한 위헌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2010년 두 번째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절대적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질서에서 생명권의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생명권 박탈이 초래된다고 해도 위헌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사형제에 관한 위헌소송에서 첫 번째는 7대 2로 두 번째는 5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보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차 사형제 합헌견해가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를 위헌이라 결정할 때가 가까이 오고 있다고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두 번째 결정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헌법 제110조 제4항은 비상계엄이라고 해도 사형을 선고하면 단심으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사형을 형벌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사형제 폐지론에서는 헌법에서 사형 언급은 비상계엄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라서 평상시까지 확장해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헌법의 통일성?조화성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헌법은 각 조항이 동일한 효력을 갖는 등가원칙이 적용된다. 헌법은 비상계엄이라고 해도 사형이 선고되면 단심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평상시에는 사형선고에 대해 삼심제로 신중하게 판결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법률로 사형을 폐지하는 것은 헌법의 내용을 법률로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행위이다. 사형제는 그동안 다른 사람의 생명을 잔혹하게 빼앗은 흉악범을 제거하여 법질서를 확립하고 흉악범죄를 억제하면서 사적 보복을 차단하고 인간사회의 정의를 구현하는데 일조했다. 물론 범죄자의 인권과 생명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생명을 무자비하게 해친 사람들의 생명까지 무조건 보호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오히려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형제를 폐지한다고 생명을 존중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오히려 생명경시풍조를 조장할 가능성도 있다. 사형제는 살인과 같은 흉악범죄가 인류의 적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형벌이다. 여전히 연쇄살인이나 아동성범죄살인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실에서 사형제는 국민의 생명보호와 사회방어를 위하여 필요한 형벌이라고 볼 수 있다. 사형제는 인간의 존엄과 국민의 생명존중이라는 헌법적 가치질서를 위해서라도 불가피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유지돼야 한다.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