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조영신특파원
[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한ㆍ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언급됐지만 중국 측이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중국은 미ㆍ일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언급되자 내정간섭이라며 크게 반발한 바 있다.
또 한국의 미사일 사정거리 제한 해제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당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3일 '바이든, 문재인 만남의 성과'라는 기사에서 대만 관련 문제에 대해 다루지 않았다. 신화통신은 코로나19 이후 한ㆍ미 정상의 첫 대면 만남, 양국 동맹 재확인, 백신 및 반도체 협력, 북핵 문제 등에 대해서만 중국 측 시각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회담 결과가 미국 측이 원하는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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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통신은 우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한국을 2번째 정상회담 국가로 선택한 것은 한ㆍ미 동맹의 중요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한ㆍ미 동맹의 힘을 외부 세계에 보여주기를 희망한 것 같다면서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한ㆍ미 동맹이 미래를 위한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양국이 박자가 맞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임기를 1년 남겨둔 문재인 정부는 남북문제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를 희망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북핵 문제를 대화와 외교로 해결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코로나19 백신과 반도체 부문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면서도 실제 성과가 날 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신화통신은 미국이 백신에 대해 '아메리카 퍼스트(자국 우선주의)'를 추구해 왔다면서 미국이 한국에 약속한 백신 공급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시된다고 전했다. 미국 역시 한국의 삼성과 SK의 반도체 투자로 반도체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신화통신은 한ㆍ미 정상회담과 관련 장문의 해설 기사를 내보내면서 '대만'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
관영 환구시보는 대만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선을 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환구시보는 한ㆍ미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가 언급됐지만 한국 측이 기존 원칙과 입장을 견지했다고 보도했다.
뤼차오 중국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한ㆍ미 정상회담 후 나온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됐다"면서 "이번 공동 성명은 한국과 미국이 대만 등 중국 문제에 대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큰 합의"라고 말했다. 한ㆍ미 양국이 대만 등 중국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다.
저우융성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일본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상대적 중립성을 포기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면서 "중국은 한국의 주요 경제 파트너이자 한반도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이른바 반중 동맹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시도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라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미국과 한국의 기술 협력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라는 또 다른 분석 기사를 통해 미국은 중국과 한국을 분리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한ㆍ미 기술협력은 실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매체는 미국이 중국의 기술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동맹국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미국 측을 비난했다.
훠젠궈 중국 세계무역기구(WTO) 연구회 부회장은 "한국은 중국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신중하고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중국과의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화 중국 IT 산업 애널리스트는 "바이든 행정부가 삼성과 같은 한국의 거대 기업들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이는 실패할 것"이라며 "한국의 반도체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산업지원체계와 생태계를 갖춘 중국과 깊이 얽혀 있는 만큼 중국과의 협력이 한국 기업의 이익과 일치한다"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의 이 같은 보도는 미ㆍ중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에 한국과 대치할 경우 중국에 이로울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