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한국과 닮은 꼴' 호주, 中에 맞설 수 있는 이유

中 수출의존도 높고 안보는 美에 의존
2017년 中 인사 58억원 후원금 폭로
호주 "中이 호주 정치에 간접 개입" 반발
핵심 수출품 제재 못할 것이란 확신에 中에 맞서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지난 10여년간 중국 공산당 연계 인사들이 호주 주요 정당들에 670만호주달러(약 58억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2017년 현지 매체 ABC 방송의 이 같은 폭로 보도로 호주 전역은 발칵 뒤집혔다.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부동산 재벌이 호주에 정치 후원금 지급을 통해 간접적으로 호주 정치에 개입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당시 이 후원금을 전달받기로 약속받은 호주 상원의원 샘 다스트야리가 남중국해는 중국의 주권에 대한 문제라며 호주 의회 내에서 중국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도 확인되면서 파문은 더욱 커졌다.

이어 호주 안보정보기구(ASIO)가 중국 공산당 연계 인사들이 호주 지역 정치인들에게 끊임없이 후원금을 전달하면서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것을 계기로 호주 정치권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8년 의회는 안보법 개정안을 의결해 외국 정부의 정치 후원금과 로비 활동을 전면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호주와 중국 간 관계가 심상찮다. 지난 21일(현지시간) 호주는 안보와 국익 보호를 이유로 자국의 빅토리아주와 중국 간 체결된 일대일로 사업 계약을 전면 취소하기로 했다. 이에 중국은 "상응하는 조치를 내릴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지난해 4월 호주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우한 기원설 공식 조사를 세계 처음으로 제안한 이후 중국이 보리, 와인 등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호주산 소고기 수입을 제한하는 등 양국 관계는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일대일로 전면 취소로 양국 간의 갈등은 정점을 치닫고 있다.

한국과 닮은꼴, 경제는 中·안보는 美 의존

호주는 지정학적으로 아시아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경제적으로 대중 의존도가 높은 반면,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과 이해를 같이 한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닮은 꼴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호주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들어 쿼드(Quad)에 적극 참여하는 등 대중 견제 행보에 거리낌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호주는 미국의 주요 무기 수출국 중 한 곳으로서 지난 10년간 호주가 투입한 1450억달러(약 161조원) 규모의 국방비 중 60%가량이 미국산 무기를 구입하거나 미국과 무기를 공동개발하는 데 쓰였다. 또 2007년 미국과 안보교역협력 협정을 체결해 미국이 자국 방산기업의 기술을 호주와 공유하는 데 합의했다. 또 2012년부터 지금까지 미국은 호주의 북부 도시인 다윈시에 6800여명의 미 해병을 6개월 단위로 순환 파병하며 호주군과 공동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경제적으로 볼 때 지난해 기준 호주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전체 국가 중 35.3%에 달한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비중이 전체 국가 중 25.9%라는 점을 감안하면 호주의 대중 의존도가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상황이다.

또 지난 6년간 호주의 대중 교역 규모도 계속 증가했는데 2019년 7월~2020년 6월까지의 대중국 수출액은 1500억호주달러(약 130조원)를 기록해 2015년 당시 수출액(750억호주달러)보다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호주가 과감히 반중 동맹에 참여하는 이유는 미국의 요구 이외에도 국내 정치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3월 중순에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500명을 돌파하면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불만 여론이 높아진 바 있다. 이에 3월 로이모건이 발표한 월별 여론조사에서 정부에 대한 부정평가(47%)가 전년도 총선 후 처음으로 긍정평가(37%)를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4월에 스콧 모리슨 총리가 공식적으로 우한 기원설을 제안한 이후 5월에는 정부에 대한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를 다시 앞질렀다. 오스트레일리안지는 "모리슨 총리의 대중 강경 발언이 지지율 증가의 원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호주인들의 대중 인식도 2017년 이후 지속해서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위인스티튜트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이 호주의 경제 파트너국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중(79%)이 중국을 안보 위협 요소라고 답한 응답자(13%)보다 훨씬 컸지만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중국이 파트너국이라고 답한 비중은 55%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들의 23%만이 중국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호주, 믿는 구석 있다

중국에 대한 높은 경제 의존도에도 불구하고 호주 정부는 중국의 보복 조치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호주 정부는 이제 중국과 맞서도 되는 상황이라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에는 대중국 최대 수출품인 철광석이 있다. 철광석 수출이 호주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27%에 달한다. 중국 입장에서도 품질이 좋은 호주산 철광석은 자국 경제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품목이기 때문에 수입 제재를 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지난 22일 보고서에서 "중국은 현재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을 위해 인프라 재건에 나서며 자국 내 제철 산업을 최대한 가동하고 있다"며 "대체재를 찾기 힘든 최고 품질의 호주산 철광석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호주 경제학자 사울 에슬레이크도 "중국이 호주산 철광석 수입을 제한하려면 자국 제철 산업을 통째로 셧다운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위인스티튜트의 수석 경제학자 롤랜드 라자는 "중국은 그동안 다양한 경제적 보복 수단을 동원했지만 철광석 수입 제재보다 효과가 미미한 농업 분야에 한정돼 있었다"며 "이미 가용 가능한 제재 카드를 거의 다 소진한 상태"라고 말했다. 시장분석기관 아이비스월드는 "호주가 중국이 제재 조치한 보리와 와인 등도 인도, 멕시코 등 대체 수출국을 이미 찾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출구 전략 있나

호주 정부는 현재 중국의 반덤핑 관세 조치와 관련, 국제무역기구(WTO)에 분쟁해결절차(DSU) 개시를 요구할 방침이다. 또 호주는 지난 3월 중국이 호주산 와인에 부과한 최고 218.4%의 관세 부과 조치도 WTO 제소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밀 등 농산물에 대한 관세 조치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그럼에도 양국이 궁극적으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호주와 중국의 무역 분쟁이 호주에 총 GDP의 6%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분석하며 호주 정부도 출구 전략을 찾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스티브 창 런던대 교수는 "양국이 결국에는 합의를 이룰 것"이라며 "회복 불가능한 외교 관계란 없다"고 말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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