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엘앤에프, SK이노베이션과 최대 1.6조 규모 양극재 공급계약 추진

엘앤에프 양극재 적용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폭스바겐 MEB에 공급
최종 계약 날인만 앞둬…조 바이든 행정부의 거부권 조치 이후 공시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엘앤에프가 SK이노베이션과 최대 1조6000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엘앤에프 양극재로 만드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는 폭스바겐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MEB) 모델에 공급된다. 이에 따라 확정 계약 기간과 물량 규모 등은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를 둘러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소송전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엘앤에프가 SK이노베이션과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이달 중으로 계약 관련 공시를 낼 예정이다. 현재 양사는 최종 계약서 날인만을 앞두고 있다. 계약 기간은 3년에서 최장 5년까지 거론된다. 3년 계약시 계약 규모는 1조원이며, 5년으로 최종 계약시 계약 규모는 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엘앤에프의 양극재가 적용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는 폭스바겐 MEB 프로젝트(유럽·미국 물량)에 공급된다. 확정 계약 기간 및 물량 규모는 이번주에 나올 예정인 바이든 행정부의 SK이노베이션 수입금지 조치 거부권에 따라 달라지며, 이후 공시가 이뤄질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계약이 최종 성사된다면 4월 중순 공시할 예정"이라면서 "결정된 바는 없다"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10일(현지시간)까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내려진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거부권과 관련해 행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단 10일이 공휴일이어서 12일로 넘길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지난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결론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줘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제한적 10년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결정일로부터 60일간 바이든 행정부는 해당 조치가 미국 공익에 끼치는 영향을 판단해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공장의 지속 운영을 위해선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이 최근 미국 정계 인사들을 만나 공익 측면에서 사업 지속 당위성을 설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부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양사의 계약 기간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폭스바겐 공급 물량은 수입금지 조치와는 상관없이 2년간 유예되기 때문에 양사의 계약이 불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폭스바겐의 배터리 타입도 계약 물량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세부 물량 확정은 폭스바겐이 파우치형 물량을 조금씩 줄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검토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폭스바겐은 최근 '파워 데이(Power Day)' 행사에서 오는 2030년부터 각형 배터리로 80%를 쓰고 나머지 20%는 원통·파우치형을 쓰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과 원통형, 삼성SDI는 각형과 원통형을 만들고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을 생산한다.

폭스바겐 MEB 제품에 사용되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양극재는 에코프로비엠 제품과 엘앤에프 제품을 함께 사용할 예정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앞서 이미 계약을 끝냈다.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SK이노베이션과 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양극재 중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에코프로비엠과 계약을 끝냈고, 엘앤에프와는 신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라며 "폭스바겐 MEB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배터리 양극재는 양사의 제품을 섞어 쓰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전했다.

증권가는 엘앤에프의 중장기 수주 가능성에 주목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월11일 "엘앤에프가 SK이노베이션이 중국업체로부터 공급받던 양극재 제품 국산화에 성공해 SK이노베이션향 중장기 수주 가능성이 높다"며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으로 48% 상향했다. 이 증권사의 김철중 연구원은 지난달 31일 기존보다 19% 오른 12만5000원으로 목표주가를 또 상향하면서 "향후 OEM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과정에서 엘앤에프의 양극재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엘앤에프가 2022년 매출 1조6790억원, 영업이익 1100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2021년 실적 전망치보다 매출은 130.3%, 영업이익은 340% 늘어난 수치다.

한편 폭스바겐은 연례 기자간담회에서 "100만 대의 전기차를 올해 고객에게 인도할 것"이라며 "늦어도 2025년까지 전기 모빌리티 부문 선두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 100만대는 지난해 판매 대수보다 2.5배가량 많은 것이다. 폭스바겐은 2022년까지 27종에 달하는 MEB 기반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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